학교를 다녀온 날이었다.
방 안이 한결 정돈되어 있었다.
바닥도 책상도
손이 오래 머문 흔적처럼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창문 틈으로
오후 햇살이 방 안으로 길게 들어와
정리된 자리 위에
천천히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서서
그 빛이 닿은 곳들을
하나씩 눈으로 더듬었다.
이만큼 살펴 온 마음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햇살이 조금 밝아
나는 창가로 다가갔다.
손을 뻗어
창을 여니
바깥의 공기가
조용히 안으로 흘러들었다.
윤슬 이는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햇빛은 물결마다 내려앉아
서두르지 않고 반짝였다.
눈을 아프게 하지 않는 빛이었다.
바다는 아무 말 없이
오늘 하루를
고이 받아내고 있었다.
나는 숨을 낮추고
그 앞에 가만히 머물렀다.
어릴 적부터
뒤에서 조용히 이어지던 손길들이
문득 떠올랐다.
묻지 않아도 챙겨 주던 날들,
말하지 않아도
먼저 닿아 오던 마음들.
그 시간들이
이 방 안에
겹겹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 사이로
오래전 목소리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그만 보면 되지.”
말다툼 끝에
내가 먼저 내뱉었던 말이었다.
크게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정말 그만 보겠다는 뜻도 아니었다.
다만
조금 멀어지고 싶어서,
그렇게 말해 버린 말이었다.
지금 와서는
그 말보다
그 말을 꺼내야 했던
그날의 마음이
더 오래 남아 있었다.
해가 기울자
바다는 붉은빛을 머금었다.
저녁 먹으라는 부름이
집 안을 건너왔다.
나는 대답 대신
창밖을 다시 바라보았다.
노을 깃든 바다를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흠칫 찡그렸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참을 새도 없이
물이 맺혔다.
슬퍼서도,
기뻐서도 아닌데
가슴 어딘가가
느리게
젖어들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창을 닫았다.
붉은빛은 바깥에 두고,
그날 말로 하지 못한 마음만
가슴 안으로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