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가 남아 있던 길

by 연월랑

이 이야기는, 길 위에 남겨진 하나의 시선에 대한 기록이다.

나는 냄새를 따라 걷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남아 있었다.
어제보다는 옅었고
비가 지난 뒤라 더 흩어져 있었지만
아직은 따라갈 이유가 있는 정도였다.

끈이 목에서 풀렸을 때
사람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화를 내지도 않았고
서두르지도 않았다.

차 문이 닫혔다.

소리는 짧았고
그 뒤로는 공기만 남았다.

나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었다.
사람의 손 냄새가 끊기면
세 번쯤 바닥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날도 그렇게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코를 낮췄다.
익숙한 냄새는
끊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직 끝났다고 말하기엔
이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방향으로 움직였다.

사람들은
내가 왜 길에 있는지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다는 건
대개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발자국은 많았다.
머문 자리는 없었다.



전깃줄 위에
새가 앉아 있었다.
가볍게 보였지만
몸을 옮길 때마다
소리가 먼저 부딪혔다.

“여긴 너무 시끄러워.”

새는 날개를 접은 채
주변을 살폈다.

“날아도 부딪히는 게 많아.
쉬는 곳보다
피해야 할 게 더 많지.”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넓어 보였지만
새는 낮게만 움직였다.

“그래도 날 수 있잖아.”

내 말에
새는 웃지 않았다.

“날 수 있다는 것과
편한 건 다르거든.”

새는
멀리 가지 않은 채
옆 건물로 옮겨 앉았다.

나는 다시 움직였다.
공기가 바뀔 때마다
냄새의 결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래도
앞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골목 안쪽에서
고양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
가까이 오지도
멀어지지도 않았다.
그 거리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여긴 자리가 있어.”

고양이가 말했다.

“다만
오래 머물 자리는 아니야.”

나는 그 말의 뜻을
모두 알지는 못했지만
머무르지 않는 선택이
늘 편한 건 아니라는 건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은
먹이는 줘.”
“눈은 오래 주지 않아.”

고양이는
바닥에 남은 냄새만 확인하고
천천히 자리를 옮겼다.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
냄새는
아직 앞에 있었다.



철 냄새가 먼저 닿았다.
사람 냄새보다
소독약 냄새가 더 가까웠다.

낮은 울음들이
벽을 따라 겹쳐 있었다.
서로 다른 소리였지만
기다리는 방향은 같았다.

“여긴 잠깐 머무는 곳이야.”

철창 안쪽의 강아지가 말했다.
짖지도
앞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오래된 애들은 없어.”

“오래되면
더 안쪽으로 들어가.”

강아지는
끝을 보지 않고
바닥만 바라봤다.

“사람 눈에 덜 닿는 쪽으로.”

나는 코를 낮췄다.
바깥에는
다른 냄새들이 섞여 있었고
안쪽으로 갈수록
같은 냄새가 겹쳐졌다.

“안쪽엔 뭐가 있어?”

강아지는 잠시
말이 없었다.

“소리가 작아.”
“그리고 기다림이 길어.”

나는
안쪽을 더 보지 않았다.
알게 되면
따라오던 냄새를
놓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냄새가 집으로 이어질 거라고
잠깐 믿었다.



하천 근처에서
낮은 숨소리가 들렸다.
물도
바람도 아니었다.

풀 사이에서
두꺼비가 몸을 드러냈다.
느렸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여긴
물이 오래 남지 않아.”

“비가 와도
금방 흘러가.”

물 냄새는 얇았고
흙냄새는 자주 끊겼다.
대신
딱딱한 것들의 냄새가 많았다.

“그래도
강이 있잖아.”

두꺼비는
아주 잠깐 멈췄다.

“있어 보일 뿐이야.”
“살기엔 모자라.”

그때
큰 소리가 지나갔다.
땅이 울렸고
냄새보다 먼저
몸에 닿았다.

두꺼비는
몸을 더 낮췄다.

“멈추는 건
선택이 아니야.”

두꺼비는
천천히 움직였다.
나는
더 보지 않았다.

냄새가
다시 나를 불렀다.



익숙한 냄새는
점점 또렷해졌다.
나무,
담벼락,
오래된 계단.

나는
그 앞에서 멈췄다.

문은 그대로였고
계단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문틈에서는
다른 냄새가 났다.

낯선 비누 냄새였다.

문이 열리고
사람 하나가 나왔다.
나를 보지 않았다.
통화 중이었다.

손이
잠깐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갔다.

문은
다시 닫혔다.

나는
앉았다.

앉아 있으면
보통은
누군가가 돌아왔다.

해가 기울고
그늘이 길어졌다.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나는
문을 긁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것도
선택일 수 있다는 걸
이미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대신
뒤를 돌아봤다.

길에서 만났던 것들과
비슷한 냄새들이
천천히 가까워졌다.

말은 없었다.
밀어내지도 않았다.

우리는
바람이 덜 부는 곳을 골랐고
몸을 붙였다.

숨소리가
조금씩 맞아갔다.

오늘은
따라온 이유가 남아 있었다.
그 정도면
하루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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