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오래 머무르는 방식

by 연월랑

사랑은
아침의 첫 빛이 창가를 스칠 때처럼
아무 말 없이 마음을 흔드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멀리서 익숙한 기척이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햇살의 결이 달라지고,
빛 사이를 떠다니는 먼지마저
오래 기억해 온 장면처럼 반짝인다.
닿지 않아도 바라보게 되는 마음,
멀리서도 하루를 비추고 싶어지는 마음.

사랑은
잊고 지낸 소리가
문득 가슴을 울릴 때 깊어진다.
낯익은 숨결 하나가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하루의 속도가 잠시 늦춰지고,
그 리듬이
오래 머물러 듣고 싶어진다.
밤이 깊어질수록 또렷해지는
아주 미세한 떨림 속에서
마음은 조용히 열린다.

그러다 문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낮으로 돌아온다.

어느 날은
스쳐 간 향기 하나에 발걸음이 멈춘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떤 존재가
공기 속에 섞여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리는 순간.
한 번 스민 마음은
쉽게 흐려지지 않고
조용히 기억 속에 남는다.

가까이 닿지 않아도
손끝에는 오래 온기가 남는다.
건네지 못한 손길이
바람처럼 스쳤을 뿐인데
그 따뜻함이 쉽게 식지 않아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젖는다.
어디선가
춥지는 않을지, 외롭지는 않을지
말이 되지 않은 걱정이
겹겹이 쌓이는 날,
사랑은 온도로 머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입안에 오래 남는 여운처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달콤하고, 쓰고, 아릿해진다.
좋았던 순간의 맛이
하루의 끝에서 천천히 번져올 때
사랑은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그리고 사랑은
끝내 전하지 않아도
어디엔가 작은 흔적으로 남아
늦은 밤의 고요 속에서
천천히 번져 간다.
흩어지는 듯하다가
다시 아주 약한 빛으로 돌아와
가슴의 깊은 층을 조용히 건드린다.

사라졌다고 믿었던 마음이
문득 다시 떠올라
하루의 어느 틈을
말없이 적시는 일.

그렇게 남은,
아주 미세한 흔들림 하나—
아마도 그것이
사랑이 오래 머무르는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그 여운이 남아 있는 동안만큼은
아무 말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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