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갈라진 하루
아침이면 둘은 먼저 깬 쪽이
다른 쪽의 꼬리를 살짝 밟고 지나갔다.
장난처럼 시작된 발자국은
마당 위에서 자연스럽게 섞였다.
주인은 아침마다
아웅의 이름을 먼저 부르곤 했다.
사소한 습관이었지만
그 소리는 다웅의 귀 끝에서
잠깐의 흔들림을 남겼다.
햇빛이 기울고,
저녁 냄새가 살며시 배어들 무렵이면
둘은 그늘 자리에서 몸을 말고 웅크렸다.
숨 쉬는 길이까지 비슷하던 사이.
서로의 온도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웅은 물을 싫어했고
다웅은 물살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냇물 근처까지 가면
아웅은 언제나 경계선에서 멈췄고,
그 너머로는
다웅의 등이 먼저 움직였다.
집 안에서 아이의 울음이 터진 날,
둘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인형… 물에 빠졌어…”
냇물 위에서
젖은 헝겊 하나가 천천히 떠내려가고 있었다.
햇빛을 잃어가는 색,
흙내가 섞인 물비린 향.
아웅의 발은 물가에서 멈췄다.
다웅은 말없이 등을 돌렸다.
‘타도 된다’는 듯,
묵묵히 몸을 내밀었다.
아웅의 앞발이
그의 털 사이에 조심스레 얹혔다.
무게가 실리는 순간
다웅의 어깨는 짧게 떨렸지만
참아내는 숨결은 흩어지지 않았다.
둘은 물살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인형은 돌에 가까스로 걸려 있었다.
숨이 거칠어진 다웅의 옆에서
아웅이 몸을 길게 뻗었다.
젖은 천이 이빨에 닿자
물 냄새와 아이의 체온이
드문드문 스며왔다.
물을 벗어나는 길,
아웅의 턱 밑에서
작은 떨림이 오래 남았다.
그 떨림은 찬물 때문만은 아니었다.
흙기운이 발끝에 닿자
잊고 있던 온기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다웅은 몸을 털며
아웅 쪽으로 고갯짓을 하려 했으나
그 움직임을 조용히 접었다.
흩어진 물방울만
잠시 빛을 머금었다가 사라졌다.
돌아가는 길,
물이 얕아지자
아웅은 먼저 땅으로 뛰어내렸다.
흙이 발끝을 가볍게 받쳐 주었다.
아이는 마당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웅은 인형을 발치에 내려놓았다.
아이의 울음빛은
조금 누그러진 듯했다.
뒤돌아본 그 순간,
다웅은 아직 물가 가까이에서
젖은 몸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의 털 끝은
작은 그림자처럼 무겁게 처져 있었다.
저녁이 되자
아웅에게는 따뜻한 생선살이 준비되었고
다웅에게는 식은 밥덩이와 굳은 뼈다귀가
툭, 내려왔다.
주인의 손길은
둘 다를 향하고 있었지만
온도는 분명 달랐다.
별것 아닌 차이였으나
그 미세한 방향이
둘의 자리를 갈랐다.
다웅은 그릇을 잠시 바라보다
돌담 그늘로 몸을 돌렸다.
아웅은 입안의 생선살을
쉽게 삼키지 못했다.
밤이 내려앉고
둘은 다시 냇물 근처까지 걸어갔다.
달빛이 물 위에 흩어진 자리,
그 옆의 흙바닥에
두 그림자가 나란히 길어졌다.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겹치지 않고
오늘은 조용히 멈춰 있었다.
“다웅.”
아웅이 작게 부른 그 이름에는
여러 말이 함께 묻혀 있었다.
고마움, 미안함,
그리고 이름으로는 닿지 않는 거리.
다웅은 고개를 다 돌리지 않은 채
물 위에 눈을 두었다.
“먼저 보인 쪽만
기억하는 것 같아. 사람들은.”
그 말은
가라앉은 숨처럼 짧게 흔들렸다.
아웅의 발끝이
물기 없는 흙 위에서
조금 흔들렸다.
둘 사이로 바람이 한 번 지나갔고
흙먼지가 얇게 들렸다가
곧 가라앉았다.
두 그림자 사이에는
바람에 굴러온 작은 돌 하나가
가만히 놓여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그 돌은 끝내 둘을 잇지 못했다.
다음날,
주인은 아웅을 먼저 불렀다.
손바닥이 머리 위에 닿는 동안
아웅의 시선은 계속
마당 끝 돌담 쪽으로 흘렀다.
다웅은 그늘에서
긴 하품을 한 번 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예전처럼
마루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
햇빛은 둘에게 똑같이 내려왔고
그늘도 둘을 똑같이 감싸고 있었다.
변한 건
서 있는 자리뿐이었다.
해가 다시 기울 때,
마당 위에 두 그림자가 길어졌다.
마루 쪽에서 자라는 그림자와
돌담 아래서 뻗어오는 그림자가
한 지점까지 가까워지다가
마지막 한 걸음에서
천천히 멈췄다.
그 사이에는
발자국도, 소리도 남지 않았다.
단지
닿지 않는 거리만이
조용히 깃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