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 공명으로 본 존재의 깨달음
세상은 말로 가득하다.
그러나 진실한 마음은
말이 멈춘 뒤에야 들린다.
나는 그 고요 속에서 향을 맡는다.
보이지 않는 연기가 천천히 피어나
마음의 중심으로 스며든다.
침묵은 사라짐이 아니라,
존재가 가장 선명해지는 순간처럼
방 안에 머물러 있었다.
하루의 끝,
빛이 물러나고 그림자만 남은 시간,
누군가의 발자국이 천천히 멈춘다.
그 발자국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바람에는 오래된 목소리가 실려 온다.
“들리지 않아도,
세상은 여전히 말하고 있다.”
그 말에
고개가 조금 들렸다.
멀리 나무의 끝에서
잎 하나가 소리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짐의 소리보다 먼저,
그 자리를 감싸는 여운이 남았다.
그러나 그 여운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오래 머물러 있던 날이 있었다.
삶은 어쩌면
그런 시간들을 건너는 일인지도 모른다.
고요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 않을 때,
말은 줄어들고
호흡만 제자리를 찾는다.
채우려 할수록
손 안에서 빠져나가고,
비워낸 자리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무게가 남는다.
그 무게가
하루를 조금 늦게 앞으로 밀어냈다.
사람의 향도 그렇다.
드러내지 않으려 할 때,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말 대신 남겨진 시간들이
천천히 공기를 바꾼다.
불 꺼진 방 안에서
향 하나를 피웠다.
연기는 천장을 향해 오르다
어느 지점에서 흐트러졌다.
숨이 한 번
늦게 돌아왔다.
방 안의 공기는
이미 조금 전과 같지 않았다.
침묵은
멈춘 것이 아니라
한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서로 닿지 않은 채로,
그러나 사라지지 않으면서.
새벽이 찾아와
빛을 새긴다.
어둠이 물러난 자리엔
향의 여운이 아직 머물러 있었다.
그 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소리는 결국,
고요로 돌아간다.”
눈을 감았다.
고요는 설명 없이 남아
하루의 가장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말 없는 온기,
보이지 않는 울림.
그것은
누군가 문을 닫고 돌아선 뒤에도
한동안 방 안에 남아 있던
공기의 결 같은 것이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대로 놓인 채
다음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