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는 아직 덜 깨어 있었다.
그는 우체국 앞에 세워 둔 오토바이 옆에 잠시 서 있었다.
헬멧을 쓰기 전, 가방의 지퍼를 열어 안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봉투는 많지 않았다. 예전보다 가벼웠다.
PDA 화면을 켰다.
오늘 맡은 구역 이름이 떴다.
그 아래 숫자 하나. 처리해야 할 물량이었다.
화면은 친절했고,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헬멧을 쓰고 시동을 걸었다.
소리가 먼저 앞으로 나갔다.
그는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이 구역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첫 골목 입구에서 오토바이를 세웠다.
시동을 끄고, 헬멧을 벗어 손잡이에 걸었다.
이 구역은 굳이 화면을 볼 필요가 없었다.
몇 년을 다닌 길은 주소보다 몸이 먼저 기억했다.
봉투를 꺼내 문틈에 넣고,
돌아서며 PDA를 눌렀다.
확인 표시가 하나 늘어났다.
그는 다시 올라타 골목을 빠져나왔다.
다음 집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순서였다.
신호에 걸려 잠깐 멈췄다.
헬멧 안에서 숨소리가 또렷해졌다.
문득, 이 구간을 자전거로 다니던 때가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자전거를 타던 시절에는
이쯤에서 늘 속도를 줄였다.
가방보다 수첩이 먼저 손에 잡혔고,
연필로 주소를 다시 확인하곤 했다.
그때는 편지뿐이었다.
봉투를 들고 문 앞에 서 있으면
안쪽에서 소리가 났다.
발소리, 기침, 문 여는 소리.
편지를 건네면
상대는 봉투를 바로 열지 않았다.
손에 쥔 채,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무 말 없이 웃었다.
그는 그 표정을 오래 보지 않았다.
우체부는 머무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순간이 지나갔다는 건
몸이 먼저 알았다.
지금은 다르다.
봉투는 문틈으로 들어가고,
문은 열리지 않는다.
확인은 화면으로 끝난다.
그는 그 사실에
더 이상 마음을 두지 않으려 했다.
점심 무렵,
가방은 거의 비어 있었다.
골목 끝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물병을 꺼냈다.
그늘은 짧았고,
잠깐 서서 마셨다.
가방 안쪽에
봉투 하나가 남아 있었다.
손으로 쓴 글씨였다.
여러 번 접힌 흔적도,
주소가 번진 자국도 없었다.
그는 봉투를 꺼내
이름을 다시 보았다.
이 구역에서 오래 본 이름이었다.
편지가 뜸해진 뒤로도
가끔 남아 있던 이름이었다.
그는 잠시 서 있었다.
봉투를 다시 넣으려다,
그러지 않았다.
옆집 문 앞에서
우편함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문이 열리고,
낯선 사람이 나왔다.
“여기 사시는 분이세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그는 더 묻지 않았다.
이유도,
언제였는지도.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봉투는 여전히 손에 들려 있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마지막 골목으로 들어섰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헬멧을 벗어 손잡이에 걸었다.
문 앞에 섰다.
예전처럼 벨을 누르지 않았다.
봉투를 문틈에 넣었다.
돌아서며
PDA를 꺼냈다.
확인 버튼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잠깐이었다.
아주 잠깐.
그는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오토바이에 올랐다.
시동을 걸고,
익숙한 길로 나섰다.
손바닥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