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빛의 시간
그때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 시절의 빛은
조금 낮았고,
그래서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해는 늘
정오를 비켜 있었고,
그늘은
생각보다 길게 남았다.
우리는
서둘러 말하지 않았고,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창가에 앉아 있으면
바람이 먼저 지나갔다.
머무르지 않고,
확인만 하고
사라지는 바람이었다.
그때는
무언가를 잃고 있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시간은
앞으로만 간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전화가 울리면
받지 않아도 됐고,
약속은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미뤄도
다시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느 날,
빛이
조금 달라졌다는 걸
알았다.
같은 오후였는데,
그늘이
발끝까지 오지 않았다.
말을 꺼내려다
그만두는 순간이
늘어났고,
웃음은
조금 늦게 나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지금도
가끔은
그 빛을 떠올린다.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서가 아니라,
붙잡지 않아도
괜찮았던 시간이
분명히 있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아마도
그게
나의 화양연화였을 것이다.
이름을 붙이지 않았기에
아직
조용히 남아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