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바이크사고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잿빛 하늘 아래 새까만 까마귀 떼가 내 머리 위를 날고 있는 꿈을 꾼 건 8월 14일 오전, 눈을 뜨자마자 확인한 꿈해몽은 불길함에 온몸을 감쌌다.
애써 좋은 해석으로 마음을 돌려보려 했지만, 최근 이어지는 악몽 탓에 엄습해 오는 불안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았다.
남편이 출근한 지 20분쯤 지난 시각 8시 50분, 전화가 울렸다.
이 시간에 왜? 불길함은 예감을 빗나가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남편이 아닌 낯선 시민이었다.
"사고가 났어요."
그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이후의 짧은 기억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지워졌다. 남편이 바이크를 타기 시작한 후로 수도 없이 상상하며 두려워했던 그 장면이 현실이 된 것이다.
꿈이길 바랐다. 많이 다쳤다는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수화기 건너에선 남편의 신음소리가 비명처럼 느껴져 숨이 막혔다.
눈치 빠른 아들은 울먹이는 내게 "엄마 정신 차리고 옷 입어"라고 소리쳤다.
준비 중이던 아침 밥상을 그대로 둔 채 멍하니 집을 나섰다.
남편은 경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운전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제발 생명에만 지장 없기를... 간절하고 또 간절하게 빌었다.
응급실에 누워 있는 남편은 옷이 다 벗겨진 채 힘겹게 신음하고 있었다.
그 소리가 날 때마다 내 심장은 대못으로 찌르는 듯 아려왔다. 울먹이는 내게 그는 힘없이 "울지 마"라고 퉁명스럽게 뱉었다.
그 말투에 오히려 안도했다. '머리는 다치지 않았구나. 감사합니다.'
CT 결과는 참혹했다. 갈비뼈 8개와 왼쪽 쇄골이 완전히 골절되었고, 무엇보다 폐에 가득한 멍이 위험하다고 했다.
열이 나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의 낯선 모습. 마약성 진통제에 취해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그를 보며, 나는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아득함에 빠졌다.
시부모님도 면회 후 무거운 발걸음으로 힘겹게 돌아가셨다
중환자실 앞 대기실에서
저녁 면회까지 남은 6시간을 홀로 기다려야 한다. 곁에 있을 수 없어 답답함만 커져갔다.
시련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오고, 일어날 일들은 결국 일어난다. 지금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이 상황에 굴복하지 않을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나는 안다. 늘 그래왔듯이 잘 버티고 지나갈 것임을.
그러니 오늘만 울기로 하자.
"동구 씨, 조금만 힘내 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