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심장으로 사는 여자
셔터 소리를 최고로 좋아하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당황스러워하는 남편의
눈빛이 소리 없이 흔들렸다.
동공에 지진이 났다고 해야 할까?
오십이지만 스무 살의 심장으로 살고 있던 나는
도전정신이 투철하다 못해 철철 넘쳐흘렀다.
무언가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나의 시간은 뜨겁게 달궈졌다.
스스로를 남김없이 태워버릴 때까지 멈추지 않는 그 무모한 열정이, 오십의 나이에도 나를 다시 꿈꾸게 하는 힘이 되었다.
이런 거침없는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무심한 듯 "그래, 해라 "라고 툭 던졌다.
성의 없는 짧은 대답에 오히려 안도했다.
그 어떤 말 보다도 애정이 가득 담겨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항상 나를 믿어주었고 인정해 주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사실이 그 어떤 것보다 나를 살게 했고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인정에 대한 갈증은 평생 나를 목마르게 했다.
채워지지 않는 그 결핍이 역설적으로 나를 멈추지 않게 했는지도 모른다.
나를 있는 그대로 서 있게 해 준 그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에..
마침내 엑스트라 배우가 될 수 있었다.
엑스트라는 배우가 아니고 배경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던가?
그.. 그렇다.
카메라 앞을 짧고 강렬하게 스쳐 지나가는 그 찰나의 순간,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 극의 밀도를 채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작년 "은애 하는 도적님아" 촬영 중 [문경예술]
남편의 병원생활이 끝나갈수록 나의 꿈은 한 발자국 더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태워버릴 만큼 치열했던 열정의 잔해 속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늘 가족의 묵묵한 자리였습니다.
내가 마음껏 타오를 수 있도록 기꺼이 배경이 되어준 남편과 아들 시우에게 진심어린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