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전화 그리고

아부지의 사과

by 서연우


아픈 손가락에게 건넨 아부지의 사과.

아침부터 아부지가 전화를 하셨다.
좀처럼 먼저 연락하시는 법이 없으신데 뜻밖이었다.
무심했던 것 같아 전화했다는 목소리가 조금은 낯설었다.
엄마와 침을 맞으러 다녀왔다는 일상들을 어색하게 늘어놓으셨다.
"좋아하시는 해물탕 사드려야 하는데"라는 나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몇 초의 침묵 끝에 무거운 진심을 꺼내놓으셨다.
"너만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어릴 때 못 해줘서 미안하고,
몰라서 그랬다... 아직도 마음에 담아둔 거 안다."
힘겹게 꺼내놓으시는
고백에 나의 눈두덩이는 붉어졌다.
목감기 탓인지 목소리도 나오지 않아 목이 메었다.
울컥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삼키고 또 삼켰다.
엄마 앞에서는 잘도 허락하는 눈물을, 아부지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울면 아부지도 울 것 같아서.
눈물 많은 나는, 결국 아버지를 닮았나 보다.

아부지는 언젠가부터 눈물이 많아지셨다.
결혼식 일주일 전부터 매일 우셨고, 아픈 손가락인 나를 보내며 식장에서도 연신 눈물을 흘리셨다.
먹고사는 일이 전쟁 같았던 7,80년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고단한 삶이었고,

자식들을 사랑하는 방식 같은 것이 있다 한들 아부지에겐 사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가엽고 시린 계절을 홀로 지나왔을 그의 고독을 너무나 잘 알기에.
지금의 잣대로 그 시절, 얼어붙었던 그의 삶을 따져 물을 수는 없다.
나는 이제 괜찮다.
다 잊었다 말할 수는 없지만,

따뜻한 온기의 전화 한 통이 마음속 깊이 숨겨뒀던 응어리들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한평생 짊어지셨던 고단함은 이제 추억 속에 묻어두시고,
남은 생은 엄마와 당신 자신을 위해 사셨으면 좋겠다.
이제서라도 미안하다 안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부지 팔순 생신이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서 좋으신지 미소가 눈부셨다.

"아부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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