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울기로 해.
광복절.
사고 둘째 날 오후
공교롭게도 오늘 저녁,
취소할 수 없는 촬영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사진 동아리에서 만난 우리는 2010년 부부의 연을 맺고 12년 동안 함께 돌스냅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지독하게 무더운 8월의 오후,
살이 타들어 갈 듯한 태양 아래서 나는 은우의 돌잔치 스냅을 찍어야 했다.
땀범벅이 된 엄마아빠와 주인공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그저 해맑게 웃는 아이.
그 찰나의 행복을 포착하기 위해 나는
복잡한 마음을 꾹 누르고 렌즈 너머로 환한 미소를 보낸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촬영현장에만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살아났고 충전이 되었다.
그만큼 이 일에 자부심과 애정이 가득했다.
삶이 붕괴된듯한 오늘도 나는 열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갈 무렵, 어제와는 다른 감정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고 쫓기듯 나와
차에 올라타는 순간,
꾹 참아왔던 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어두운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것처럼 지독한 고독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이제야 나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이 현실이라는 것을 처절하게 실감했다.
그가 없다.
그가 없다는 것은 내 삶의 일부분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텅 빈 공허함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던 나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한참을 쏟아내고 나서도
슬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우리에게 몰아친 시련을 "왜"라고 의문을 품지 말자 다짐했다.
일어날 일들은 일어나는 법이고,
그저 이만하기를 천만다행이라 여기며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세찬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흩어진 마음의 조각들이 모여, 훨씬 더 단단한 우리가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 오늘만, 오늘까지만 실컷 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