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았을 하늘 나도 봅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8월

by 서연우

사고 둘째 날 광복절 25년 8월 15일

오후 1시,

남편의 바이크가 맡겨진 광훈씨네 샵을 찾았다.
집에서 15분 정도의 거리다.
들뜬 마음으로 슈퍼커브를 타고
이 길을 오갔을 남편을 생각하니 또다시 뜨거운 게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하얀 솜사탕을 품은 하늘은 무심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감성적인 남편은 이런 풍경과 바람을 느끼며 슈퍼커브의 매력에 빠졌던 걸까?
퇴근길, 해 질 녘 커브를 타고 카페에서 좋아하는 라테를 마시며 한껏 꾸며 놓은 그를 피사체 삼아 카메라에 담는 일..

그게 유일한 낙이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샵에 도착하니 처음 보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사장인 광훈 씨와 몇몇 라이더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사고 경험을 하나씩 꺼내 놓으며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 위로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내 곁을 겉돌았다.

바이크에 실려 있던 짐 중에서 카메라 가방만 챙겼다.
다른 물건에는 차마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질 때쯤

남편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어린 고양이들이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나 동구 씨 와이프야'라고 나직이 말해주고 싶었다.
광훈 씨가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건네며 "형도 고양이 참 좋아했는데."

그가 무심히 던진 과거형 문장은 가슴 한구석을 서늘하게 찔렀다.

서글픔이 뭔지 제대로 알려주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뒷마당에 서 있는 남편의 바이크를 보여주었다.
앞부분이 형체도 없이 깨져버린 모습은 그날의 사고 현장을 적나라하게 증언하고 있었다.

이 쇠뭉치가 구겨질 때 남편이 내뱉었을 신음이 환청처럼 들려 몸서리가 쳐졌다.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 수 없었다.

촬영 일정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서둘러

인사를 하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너머의 하늘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마치 지금 이 상황이 비현실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나의 마음처럼...


샵 가는 길~

폰으로 찍은 광복절의 하늘



우리가 자주 가던 다리 밑,

조명까지 세우며 정성 들여 찍어준 슈퍼커브 사진.

고작 3개월을 탔고 그 소박한 즐거움이 채 식기도 전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몸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깊었을 거란 걸 알기에... 두 번 다시 바이크는 안 된다며 차갑게 자르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은 가시질 않네요.

이제 그 찬란했던 석 달의 기억을 마음속 가장 깊은 서랍에 넣어두어야겠죠.

아주 가끔,

이렇게 조심스레 꺼내어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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