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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y Do Mar 01. 2021

M1.마카오에서 예술 작품 찾아보기 1

관점을 바꾸어 여행해보는 마카오

작년까지 1년에 3-4번을 오가던 마카오. 중국, 홍콩, 마카오에 사업차 방문하시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14살 쯤 어렸을 때부터 중국의 곳곳과 홍콩, 마카오를 다녀왔던 것 같다. 마카오와 홍콩이 익숙해지다 보니, 런던에 있을 때도 늘 부모님과 만나는 접선? 지점은 홍콩이나 마카오였다. 


오늘은 아빠의 한마디에 가볍게나마 적어보고 싶은 글이 생겨서 브런치를 열었다. 아빠가 전해준 소식은 마카오에 호텔 런더너(Londoner)가 오픈을 한다는 것이었다. (자주 방문하던 시절 공사를 시작한 호텔이라 어떤 모양새로 완성이 되었을지 나도 굉장히 궁금하다.) 동시에, 모르페우스 호텔의 디자이너가 동대문의 DDP를 디자인하기도 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라는데 알고 있냐며 귀여운 표정으로 여쭤보셨다. 내가 모르페우스 호텔은 물론, 마카오를 갈 때마다 호텔들에서 보이는 작품들은 설명을 드렸었는데, 당시에는 ‘그렇구나.’하고 쓱 흘리셨던 우리 아빠. 오늘은 먼저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하시며 다가와주신 아빠가 나의 분야와 관심사에 다가와주는 느낌이 들어 귀엽기고 하고 앞으로는 더 잘 설명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마카오에 들릴 때마다 발견하면 촬영해두었던 작품들을 소개하는 글을 써볼까 한다. 사실 자주 방문하는 만큼, 예술(Art), 여행(Tourism) 그리고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와 연결한 탄탄한 콘텐츠나 글로 만들어보고자 찍어두었던 사진들이었는데 거창하게 생각하니 자꾸 미루게 되어, 간단한 소개로 시작해본다. 


마카오는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여행지이자 카지노를 비롯한 호텔, 여행 산업이 발전하며 대규모의 자본이 움직이는 도시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줄 예술적 요소들이 마구 유입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우리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알고 보면 입이 떡 벌어지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 가이드 북이나, 여행 후기, 마카오 방문지 추천 국내외 기사들에는 그러한 부분들이 잘 설명되지 않을 것 같아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 이 글이 훗날 자유롭게 여행을 오갈 수 있는 날이 왔을 때 사람들이 마카오의 곳곳을 다르게 볼 수 있게 돕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이 글을 아빠를 위한 딸의 도슨트 같은 느낌으로 아빠가 꼭 봐주셨으면 한다.)


자하 하디드( Zaha Hadid )의 모르페우스(MORPHEUS) 호텔 


아빠가 말씀하신 것처럼 마카오에는 이라크 출신 런던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호텔이 있다. 한국에서는 동대문 ddp를 설계하여 잘 알려져 있는 자하 하디드는 여성 건축가 최초로 2004년에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였다. 그녀는 독일의 비트라 소방서, 광저우 오페라 하우스, 벨기에의 안트 워크 항만청 등 수려한 곡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디자인들이 감탄을 자아내는 건축물들을 디자인해왔다. 2016년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최정상 건축가들까지도 깊은 애도를 표했다. 그런 자하 하디드의 유작이 바로 마카오의 ‘모르페우스’ 호텔이다. 


멀리서 보아도 눈에 띄는 독특한 외관부터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호텔이다. 나는 마카오를 방문하는 친구들에게 이 호텔에 투숙하지 않더라도, 건물의 외부를 감상하고 내부에 꼭 들어가 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가능하면 엘리베이터를 꼭 타보라 말한다.) 모르페우스 호텔은 자하 하디드의 건축 스타일과 노하우를 가득 담아둔 듯한 형태를 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듯 건물의 중앙이 뚫렸는데 그 면들이 마치 딱딱한 벽이 뚫린 모양이라기보다 마치 젤리 같은 유동성 고체에 무언가가 통과한 듯 유기적인 모양의 구멍 형태를 하고 있다. 

모르페우스 호텔 외관  사진: 도연희

또한, 이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기둥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큰 규모의 호텔이 어떻게 기둥 없이 지어질 수 있는가?’ 내부에서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놀랄 수밖에 없는 형태였다. 확실히 건축적으로 실용적인 형태의 건축물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건축가로서 현실적인 제약 없이 자신이 꿈꿔오던 건축물을 개성을 온전히 살려 설계해온 그녀의 여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런 작업이 마카오여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르페우스 호텔 내부  사진: 도연희
모르페우스 호텔 내부  사진: 도연희
모르페우스 호텔 내부  사진: 도연희

 

MGM Macau의 광장(Grande Praca)과 아쿠아리움


MGM Macau의 광장에 선 나의 모습

학창 시절 뭣도 모르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 왔을 때에도 집에 돌아가면 매번 환상적인 공간이라 기억에 남던 공간이 있다. MGM Macau의 광장(Grande Praca)과 아쿠아리음이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듯 어마어마한 크기의 수족관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공간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인생 사진을 찍기 좋은 아름다운 마카오 여행지로 이 곳을 찾았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내가 이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형 수족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공간 전체에 설치되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업 때문이다. 내가 방문했던 수년간 그곳에 설치되었던 여러 명의 아티스트들의 각기 다른 작업들과, 덕분에 늘 새롭고 신비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 공간이 참 매력적이었다. 


몇 해에 걸쳐 내가 봤던 작품들 중 기억에 남는 두 가지를 간단히 보여주고자 한다. 


<Valkyrie Octopus> 

2015년에 해당 공간에 설치되었던 작품. 조안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mcelos)는 포르투갈 출신의 여성 작가 최초로, 빌바오 구겐하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기도 하고, 베르사유 궁전에 작품을 설치하기도 한 세계적인 작가이다. 그녀가 MGM Macau의 아쿠아리움에 설치했던 작품은 <Valkyrie Octopus> 문어를 닮은 설치물에서 촉수처럼 긴 팔들이 뻗어 나와 수족관과 바닥에 설치된 세 개의 조각 품들에 닿는 형태를 하고 있다. 다양한 재질과 방식의 직물로 짜여진 조형물에 LED 조명을 장식하여 더욱 장엄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작품이었다. 작가는 Valkyrie Octopus가 그 공간을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을 하길 바라며 제작하였다고 한다. 벌써 6년 전의 작업이다 보니 직접 찍은 사진을 찾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아래 작가의 웹사이트에서 더 많은 사진들과 자료를 찾아보길 바란다.) 

출처: 조안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mcelos)의 웹사이트
출처: 조안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mcelos)의 웹사이트

http://www.joanavasconcelos.com/det_en.aspx?f=8622&o=3562


대형 나비와 꽃 설치

내가 직접 찍은 사진들 중 남아있는 Grande Praca의 모습을  보여주자면, 아래처럼 하늘을 수놓은 거대한 나비들과 봄꽃이 설치된 2019년의 모습이다. 이는  미국, 캐나다, 마카오, 유럽 등 다양한 국가의 베뉴들을 장식하는 Stephen Stefanou이 이끄는 Venue Art에서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아래에 사진 외에도 여러 차례 Grande Praca를 장식한 이력이 있다. 나 또한 두 번 정도 그들이 장식한 다른 설치 작업들을 본 것 같다. 

MGM Macau의 광장 2019년의 모습 사진: 도연희
MGM Macau의 광장 2019년의 모습 사진: 도연희

https://venuearts.com/gallery/


이 공간 이외에도 MGM Macau에는 로비부터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  동상과 데일 치홀리(Dale Chihuly) 유리공예 작품들부터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함께하고 있다.

로비의 살바도르 달리 동상과 데일 치훌리 작품  사진: 도연희



마르텐 바스(Maarten Baas)와  더 카운트 다운 호텔 (The Countdown Hotel)


네덜란드의 디자이너인 마르텐 바스는 톡톡 튀는 발상으로 선입견과 보이지 않는 경계를 없애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인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만나볼 수 있는  Real Time(리얼 타임)이라 부르는 시리즈 작품이다. 평범한 공항 시계 안에 한 노동자의 실루엣이 보인다. 사실 그 실루엣의 정체는 작가 본인이다. 그 속에서 1분마다 분침을 걸레로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하며 24시간을 그려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일하는 자들의 모습을 표현해 낸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업 중에 하나이다. 

출처: 마르텐 바스(Maarten Baas)의 웹사이트

https://vimeo.com/171408075


그의 시리즈 작품이 아시아에서도  <The Count:Down Clock>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보여지게 되는데, 바로 그 작품이 설치된 곳이 마카오의 시티 오브 드림즈 (COD) 중 카운트다운 호텔 로비이다. 처음 이 작품을 접하고 호텔의 이름과 정말 잘 맞아떨어진다 생각했다. 호텔 로비의 시계는 전자시계의 형태로 전자시계 속의 사람들은 1분마다 페인트로 숫자를 그리고 걸레로 숫자를 지우면서 새해까지 남은 시간을 표현해 낸다. 마카오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한 번은 들려서 새해까지 남은 시간 분주하게 그려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때로는 호텔 전체 전광판에 이 작품의 모습이 나오기도 하던데, 올해는 방문하지 못한 관계로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다. 

<The Count:Down Clock> 의 모습  사진: 도연희
<The Count: Down Clock>의 모습  사진: 도연희
<The Count: Down Clock>의 모습  사진: 도연희



 MGM Cotai의 왕 카이팡(Wang Kaifang)의 작품


 MGM Cotai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벽을 금으로 둘러진 거대한 설치물 <Harmony>, 왕 카이팡(Wang Kaifang)의 작품이다. 동양의 ‘기’의 개념을 표현해낸 이 작품은 3D 프린터를 활용한 기술과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수공예 장인들 80명의 손길이 닿아 합쳐져 완성될 수 있었다고 한다. 장인들이 100일간 스테인리스와 80,000장의 24k 금박으로 300만 번의 망치질로 만들어낸 작업이다. 사실 처음 mgm에 들어섰을 때 혹시 이 부분도 작품일까 하는 마음에서 찾아보고 작품 탄생의 뒷 이야기를 찾아보게 되었다. 이 작가분에 대해서는 잘 아는 편은 아니나, 장인분들과 함께 작업하는 사진들을 보고 작품의 이야기와 과정을 소개하고 싶어 졌다. 

MGM Cotai의 왕 카이팡(Wang Kaifang)의 작품 모습 사진: 도연희
출처: 왕 카이팡(Wang Kaifang)의 웹사이트
출처: 왕 카이팡(Wang Kaifang)의 웹사이트


https://www.wangkaifang.com/en/2019/03/20/harmony/



MGM Cotai의 공간 전체를 아티스트에게 맡긴 설치 작업


MGM Cotai는 호텔의 광장? 전체를 아티스의 설치 공간으로 내주기도 한다. 2019년 연말과 2020년 새해를 맞이하기 위하여 들렸던 MGM Cotai는 레이저 커팅으로 잘린 종이로 이루어진 작품이 전체 공간에 정원처럼 펼쳐져 있었다. 베이징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는 다영역 아티스트 제니퍼 웬 마(Jennifer Wen Ma)의 작품 <A Metamorphosis: No End to End>라고 한다. 그녀는 그 공간 전체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한자  無, 窮,  盡의 형태와 아티스트 특유의 방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제작한 작업물들로 꾸며냈다. 작업물아래에 LED 플랫폼을 설치하여 마치 정원이 다채로운 색과 빛과 함께 살아 숨 쉬는 형태를 구현하였다. 나는 이 작품을 2020년 신년 카운트다운과 함께 접하여서 그런지 더욱 다채롭게 느껴졌던 듯하다. 

출처: 제니퍼 웬 마(Jennifer Wen Ma)의 웹사이트
제니퍼 웬 마(Jennifer Wen Ma)의 작업 세부컷 사진: 도연희
제니퍼 웬 마(Jennifer Wen Ma)의 작품 모습 사진: 도연희


https://www.littlemeat.net/a-metamorphosis


2020년 카운트다운을 맞아하던 당시의 모습. 우리 모두가 현재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날이 오길 기도해본다.

짧게 정리하려던 글이 여러 사진들이 포함되니 조금 긴 글이 되었다. 오늘은 마카오에 가면 찾아보고, 기대해볼 수 있는 건축물과 대형 설치물들에 대하여 적어보았다. 곧 또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외에 만나볼 수 있는 작품들이나 일시적으로 전시되었던 작품들에 대하여 이야기해볼까 한다. 


위에서 소개한 예술들은 어쩌면 보는이로 하여금 베뉴의 특성과 스케일 때문에, 굉장히 호화스러운 분위기에 공존하는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한 사치스러운 창작일 뿐이 아닌가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다. 나 또한 조금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들의 창작을 위해선 예산이 필요하고, 우리는 그 예산을 구하기 위하여 매일 머리를 싸매곤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마카오는 그 도시의 특수한  특성 덕분에 예술가가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꿈꾸던 판타지를 실현해볼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을 여행하며 아티스트들의 막힘없는 예술적 표현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일 텐데, 마카오에서 어떤 창작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조금은 아쉬울 듯도 하다. 앞으로 종종 경험적 예술, 여행과 예술에 대한 공부를 더 해가며 마카오라는 곳의 특수성을 더 알아 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여행자 도연희 

마카오 속 작품 찾기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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