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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Nov 05. 2023

브런치하면 예뻐져요.

- 사진은 없습니다.

브런치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대기업 자소서에 입사 지원동기를 쓰듯 대단한 이유를 만들어 내고 싶지만, 나에게 그런 건 없었다.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도 그럴 깜냥도 나에겐 없다. 그러니 책을 낼 생각도, 글로 돈을 벌겠다는 원대한 목표 따위는 당연히 없었다.      



난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다. 고등학교 땐 학교 대표로 백일장도 나갔었다(아기 낳을 때 글쓰기능력도 같이 나왔는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재수 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도 여러 군데 붙었었다. 하지만 조금 이른 결혼으로 경단녀에 별 볼 일 없는 자격증 하나 없는 전업주부가 지금의 현실이다. 자신감은커녕 나라는 존재감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끝없는 캄캄한 터널 속에 갇혀버린 기분이다.    



하지만 현실의 내 모습과는 다르게 욕심은 많다. 딸에게는 멋진 엄마로 인생의 본보기가 되어주고 싶다. 이젠 내 손이 필요 없어진 초등학생인 내 딸에게 집에서 빨래하고 밥하고 청소하는 엄마로 기억되기는 싫었다. 이런 나에게 [브런치 스토리] 조금 더 예뻐보이는 옷을 입혀 줄 거란 생각이 들 시작했다.

        

브런치 불합격을 통보받고 재수했다.

'글감이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우아하게 책 한 권 들고 카페에 앉았는데, 한 모금 마신 커피를 엎어버렸다.

'글감이다.'        


저녁 9시, 시아버지가 술에 취하셔 며느리에게 소리를 지르시며 전화로 욕을 하신다.

'글감이다.'     


글쓰기를 위해 끄적거린 흔적들


평소 내게 있던 걱정, 근심, 불안은 글의 소재가 되었고, 그저 딸에게 뭐라도 하는 엄마로 보이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가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캠핑처럼 비싼 장비도 필요 없다. 노트북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시커먼 나의 도화지에 알록달록한 비가 한 방울씩 내리는 기분이다.

글쓰기란 놈 진짜 웃기네.     



더 중요한 건 예뻐졌다. 아니 예뻐졌단다. 약속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본 지인이,

"너 요새 뭐 하니? 표정이 달라. 옷 입는 것도 달라지고. 예뻐 보여."

(물론 슬프게도 얼굴이 예뻐진 게 아니란 건 안다.)  


   

커리어 우먼으로 잘 나가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10년 동안 이뤄놓은 것 없는 내가 더없이 한심해 보였다. 내 삶의 모든 것들이 바늘이 되어 나를 찌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매일 굳은 표정과 생기 없는 모습으로 점점 못생긴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구나.     


출처 픽사베이


글을 쓰면서 내 일상을 특별한 눈으로 보게 되었다. 사소한 일상이 반짝이는 별처럼 나의 글감이 되어 하얀 백지에 줄줄이 수를 놓는다.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처럼 하루가 설렌다. 사람의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이 5배나 증가한다는 책 제목을 본 적 있다. 글쓰기는 내 삶의 온도를 조금씩 올려주고 있었다.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 왜냐면, 예뻐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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