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오래된 느낌이 좋다. 조금 누렇게 변색된 종이는 마법사의 노트처럼 주문을 외우면 소원이라도 이루어질 듯 신비로워 보인다. 이런 취향의 연장으로 여전히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한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디지털드로잉보다는 연필의 감촉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색연필화를 좋아한다. 지금도 여전히 오래되고 익숙한 것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 요즘 이런 내 취향과 딱 어울리는 취미를 찾았다.
손으로 만지고 붙이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적 감성은 덧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잠시나마 더디게 만든다. 이것이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가 내게 주는 가장 큰 매력이다. 다꾸를 하다 보면 마음속 복잡한 생각들을 꽁꽁 묶어 멀리 던져버리는 기분이 든다.
나는 느린 사람이다. 뭐든 충분히 향유하는 데 남들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책을 읽다가 멈추어 멍 때리는 시간이 많고 전시회를 가면 오래도록 한 자리에 서있는 경우도 있다.(그림을 깊이 감상하는 능력 따위는 없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나는 여전히 느리고 불편한 길을 선호한다. 아니, 사실 따라가기 벅차서 포기한 걸 지도.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에 맞춰 허덕이며 지쳐갈 때 빈티지 다꾸는 나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솜이불이 되어주고 있다.
The rest of the world may follow the rules, but I must follow my heart.
-영화 c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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