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여행기
혼자 여행을 결심하는 순간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지인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나를 사랑하기 위해 혼자 여행을 결심했다. 지난 6개월을 돌이켜보면 나를 사랑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언제나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행동하고 노력했으며, 그런 행동이 불러일으킨 결과는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그 누구에게도 진심을 내보이지 못한 채 힘들다고 푸념했고, 그런 나의 행동을 사람들이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점점 연락을 끊어갔던 것이다.
그런 나에게 혼자 떠나는 여행은 큰 모험이었다. 한국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 이리저리 약속을 잡기 위해 노력했던 내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국으로 동행 없이 여행을 떠난다니. 나를 아는 친구들은 외롭지 않겠냐고 걱정했고, 나 또한 비행기표를 끊을 때까지 혼자 여행의 좋은 점에 대해 수없이 묻고 다녔다.
“외로웠지. 외로웠는데 걸으면서 머릿속으로 개똥철학을 한 3개쯤은 완성한 것 같아.”
그리고 나는 이 대답을 듣는 순간 비행기표를 끊었다. 적당히 즐길거리가 있으면서 적당히 앉아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 곳, 바로 치앙마이로 가는 비행기표를 말이다. 이번만큼은 나의 여행이 그저 관광지만 바쁘게 돌아다니며 경험하고 오는 여행이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휴양을 위한 도시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외로움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선택한 치앙마이의 수많은 카페에서 나는 읽고, 보고, 생각하고, 쓰고 오리라 다짐했다.
“외적인 변화 외에 정신적으로 느꼈던 낯섦도 기억한다. 낡은 침대에 눕자 내가 평생 있었던 곳의 풍경이 구체적으로 떠올랐고, 그 때 내 곁에 있던 사람들이 무작정 그립기도 했다. 같이 밥을 먹고,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저 손으로 어깨를 만져 보고 싶기도 했다. 단지 며칠간 거리가 멀어진 것뿐이었는데, 돌아갈 일도 정해져 있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 AROUND TRAVEL, p.44
여행 첫 날, 첫 일정으로 두 시간 동안 아무도 오지 않는 카페에서 <AROUND TRAVEL>을 읽는 동안 이 구절을 읽고 무너져버렸다. 하루를 꼬박 비행기를 타고 날라왔지만 여전히 나는 같이 밥을 먹을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했다. 환경이 변한다고 단번에 내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정말 하나도 바뀌지 않은 내 모습에 막막했다.
카페에서 나와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오후 두 시에 머리와 두 팔과 두 다리가 익어버릴 때까지 걸었다. 여행의 목적도 없이, 그렇다고 지금 당장의 목적지도 없이 걸으면서 펑펑 울고 말았다. 이 여행은 참 이상한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는 치앙마이에서 외로움을 맞이했다.
이 외로움이 그저 외로움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외로움이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외로움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한국에서 오는 연락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 외로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마주할 수 있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결국에 이 여행이 끝날 때쯤에는 그 외로움이 나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기를, 그래서 내 자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전히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렵다. 어제 사람들과 겨우 말을 튼 게스트하우스는 이미 체크아웃을 하였다. 빠이로 가는 미니밴 안에 한국인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고, 내가 묵을 호스텔에 말이 통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하지만 결국 지나고나면 이 또한 그리워할 추억으로 남을 테니, 내 스스로가 좀 더 현실에 충실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