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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 Sep 15. 2020

그러니까 우리가 왜 돈도 안 되는 일을 하냐면

문어들은 늘 바쁘지만, 요즘 한층 더 바쁜 이유는 출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책은 아니고, 저 멀리 봉쇄된 프랑스 파리에 갇힌 됴디 작가가 5개월간 쓴 감금 일기 Menmensuel[멍멍슈엘]. 글을 처음 받은 건 뽈이었는데 보자마자 "어머, 이건 책으로 내야 해!"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혼자 고군분투하던 중 문어들방에 슬쩍 말을 흘렸더니 "원고 봐봐!"하던 문어들이 결국 출판 레이블까지 세우고 출간까지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사실 아주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몇 년 전 '일하는 문어들'이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프로젝트 팀의 이해도가 서로 다르고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많은 것을 진행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서울에 있던 뽈은 런던에 있고, 바이마르에 있던 동그라미는 서울로 돌아왔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삶에 대한 개인의 태도나 가치관이 조금씩 달라졌다. '코로나 시대 속 생존일기'를 함께 적으며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겪는 동안 생각의 페이지가 조금씩 맞춰져 갔다. 


그렇게 다시 재개된 크리에이터 그룹 '일하는 문어들'

‘일하는 문어들’은 문어체를 사랑하는 네 명의 친구가 모인 크리에이터 그룹입니다. 출판, 디자인,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듭니다. 작고 평범한 사람들이 제힘으로 쓰는 이야기와, 서툴러도 단단한 그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내보여지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세상의 변주란 어쨌거나, 사실은 평범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믿습니다. 다를 바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마주한 내면을 외면하지 않고 끄집어낼 때, 그 익숙함과 낯섦 속에서 치열하게 부딪치고 고민할 때, 그렇게 해서 종내에는 자기 바깥의 존재까지 살피게 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을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일하는 문어들의 출판 레이블 '문어사'

'일하는 문어들'의 출판 레이블 '문어사'는 우리 곁의 작고 평범한 누군가가 일상의 유일한 구원으로써 써 내려간 내밀한 이야기를 사랑합니다. 이들의 눈물과 콧물, 구구절절한 독백과 방백이 얽히고설킨 *키친테이블라이팅을 소개합니다. 여기저기 치이고, 웃는 일보다 우는 일이 많아도 심지(라고 쓰고 고집이라 읽지)만은 꼿꼿한 사람들이 스스로와 세상에 덤비며 던져대는 질문들을 응원합니다. 명백한 답을 구하지 못한대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 같아 보인대도 상관없잖아요. 아무튼 우리는 변할 테고, 그러다 보면. 혹시 아나요.

*키친테이블라이팅: : 전업 작가가 아닌 이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끄적이는 온갖 종류의 기록물


모두가 한 마디씩 보태 뽈이 정성스럽게 다듬은 우리의 소개가, 나는 퍽 마음에 든다. 




문어사가 선택한 첫 책은 'Menmensuel[멍멍슈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게 된 프랑스 파리에서 5개월간 쓴 일기다. 책소개는 얼마든지 늘어놓을 수 있지만, 오늘은 문어사 친구들이 이 책을 내기 위해 애쓰는 이유를 적어본다. (이하 각자 SNS에 올린 글을 그대로 가져왔다)


야림: 

여러분 안녕 야림이에요
야림은 일벌이기를 좋아하는데 일벌이기 좋아하는 친구가 셋이나 더 있어서 다같이 모여 '일하는 문어들'이라는 그룹을 만들었어요. 
 (그 아래 출판레이블로 문어사를 만들어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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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자리에서 코로나시대를 지내면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기록하고 있었는데요, 어느날 또 다른 곳에 사는 친구의 절절한 일기를 읽고선 다같이 힘을 합쳐 종이책으로 펴내기로 결심 했답니다. 그렇게 나온(올) 책이 <Menmensuel 멍멍슈엘> 이에요. 무려 야림은 편집디자인을 맡았는데 정말 디자이너님들 존경하고요, 제가 디자인한 거 보고 부디 화내지 말고 저자의 흥미진진한 글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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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에서 후원 중인데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려요. (제 프로필란에도 링크 넣어둘게요) 너무 글이 재밌어서 진짜 몰입력이 몰입력이...!!!!!! 굿즈도 너무너무 귀여워서 증말!!!! (여기까지)


수아: 

“요즘 가장 널 설레고 즐겁게 하는 일이 뭐야?”

“Menmensuel(멍멍슈엘) 편집하는 거”


멍멍슈엘은 어느날, 별안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원고다. 다솜이가 한번 읽어보라고 건넸는데,글맛이 얼마나 좋은지 A4 30장에 달하는 일기를 단숨에 읽어내렸다. 그것도 장장 3시간 동안. 무언가에 이 만큼의 시간을 집중한 건 참 오랜만이었다.


이 원고를 책으로 내고 싶다는데, 그래? 그럼 같이해. 나도 만들고 싶어. 해서 출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참여자는 ‘일하는 문어들’의 다솜, 혜림, 나, 아람 + 그리고 작가님 @dyyoodii. 5개월 간의 프랑스 감금 일기를 1. 봉쇄 2. 퀴진 3. 프랑스에서의 생활 3. 산행 네 권의 책으로 내기로 했다. (여담: 한 권으로 내고 싶었지만 600페이지에 달하는 바람에 분권했다는 비하인드)


참고로 Menmensuel은 월간 개소리란 뜻이다. 작가님이 자꾸 에세이도, 요리책도 아닌 그냥 개소리 멍멍. 이라는데 그런 것치고는 글을 너무 잘 쓰셨잖아요. 우리만 재밌나 싶어서 자꾸 주변 사람들에게 원고를 조금씩 보여줬는데 다들 재밌다고 했으니 성공할 것만 같다. 오픈한지 24시간도 안 됐는데 100만 원 펀딩 성공했으면 괜찮은 것 아닌가.


안 사도 되니까 프로필링크로 들어가서 설명글만 한번 읽어봐주세요. 설명글도 재밌는 텀블벅은 저도 오랜만이라서요.


뽈: 

버텨보겠다던 호언을 한 달 만에 거두고 찌그러져서 귀국행 비행기에 몰래 올라타던 순간 떠올린 건 D의 이름이다. 취소된 우리의 남프랑스 바캉스나 함께 가기로 한 밀밭 풍경 따위가 아쉬워서는 아니고, 그만큼은 돌아오지 않으면 좋겠다. 돌아오지 않고 파리에 남아서 버텼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D는 정말로 버텨냈다. 내가 돌아와서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의 염려와 보살핌에 둘러싸이는 호강에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땅굴이나 파며 넉 달을 허송으로 지내는 동안, 그는 파리 9구 어느 옥탑방에 갇힌 채로 50여 일의 봉쇄를 견뎌냈고 문을 열지 않는 학원을 기다리며 무슨 일이든 찾아 했고 제 몸집만 한 배낭을 들쳐멘 채 영어 한 자 통하지 않는 지방 속을 며칠이고 걸었다. 그러면서, 예기치 못하게 맞닥뜨린 이 엉망의 시간을 좌충우돌 통과하며 겪은 혼란과 상처, 자조, 변덕과 그 속에서도 종종 얻은 따스운 이야기를 여과 없이 구구절절 기록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내가 런던에서 하길 바랐던 일을 D가 파리에 남아서 했다.


그가 주뼛거리며 날 것의 기록들을 처음 보여줬던 때에 나는 우울에조차 무뎌진 박약 상태였는데, 읽으면서 정신이 좀 들었다.


“온종일 파리를 배회하면서 깨달은 사실을 곱씹었다. 이 도시는 정말이지 눈곱만큼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이 문장을 읽고서, 여전히 손가락 한 마디 앞도 모르겠을지언정 런던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하루빨리 끊겠단 결심을 굳혔다. D는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존재는 내가 런던으로 다시 떠나오는 데 상당한 일조를 했다. D가 파리에 더 오래오래 살면 좋겠다.


나만 읽고 말기엔 재밌고 아까운 기록이어서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글이 맛있고 원체 재주도 많은 친구라 쪼고 또 쪼았더니 글과 그림이 모여 일기장 한 권(사실은 600페이지...)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때다 싶어서 내 알량한 능력 중 가장 뛰어난 축에 속하는 ‘입만 나불대기’를 시전해 D만큼이나 재능 많고 소중한 친구들을 쿡쿡 찔렀더니 또 선뜻 합류해 주셨네들. 덕분에 나 혼자였다면 가당치도 않았을 퀄리티의 책을 짓고 있다. 만든다고 해서 얻는 것도 없을 뿐더러 그러잖아도 충분히 벅차고 버거운 일상일 텐데도 짬 내어 이 귀여운 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문어들’에 그저 고맙다.


우리는 가난하므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 모으는 중.


후원은 다다익선이므로, 한번 쓱 읽어보시고 재밌겠다 싶으면 쑥쑥 밀어주시길.


근데 거듭 말하지만, 재밌어요. 재밌다니까.


https://tumblbug.com/menmensu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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