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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 May 30. 2018

그 카페가 궁금하다

북저널리즘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후기 

연남동에는 수많은 카페가 생겨나고 사라진다. 연남동에 살고 있는 나는 본의 아니게 그 광경을 지켜보게 되는데,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탓에 ‘여기는 새로운 카페가 생겼네, 여기 있던 카페는 없어졌네’라며 헤아리는 것을 멈춘 지도 오래다. 


그런 연남동에 또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 그런데 뭔가 심상치 않다. 연남동 숲길 공원 제일 끝, 그것도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던 골목에 위치한 카페는 어떻게 입소문이 낫는지 벌써부터 사람이 가득하다. 하얀 외관, 외관을 심플하게 형상화한 로고, 그리고 ‘크림B’와 ‘코코히’라는 시그니처 메뉴까지. 보는 순간 블루보틀이나 아라비카(%, 일명 ‘응’ 커피)가 떠오른 건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연남동의 '그' 카페. 라떼가 정말 맛있었어..!


사실 블루보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커피 맛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SNS에서 워낙 많은 사람들이 블루보틀에 가는 걸 보며 나도 한 번쯤은 방문해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생겼다. 동시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수많은 #블루보틀 관련 피드 중 기억에 남을 만한 맛에 대한 평가나 철학에 대해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블루보틀을 다녀왔습니다>를 읽었을 때 조금 놀랐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있는 카페였다니. 책을 읽은 후 블루보틀이라는 검색어를 다시 입력하자,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요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왜 카페 안에 핸드그립 기구들이 줄지어 놓여 있는지, 왜 콜드 브루 캔커피를 파는지, 왜 사람들은 블루보틀 로고 앞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어느 도서관인지 노출되지 않게 사진을 찍으려니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겠는 사진

아마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블루보틀의 철학을 알지 못한 채 그저 ‘도장깨기’ 식으로 카페에 가서 라떼를 주문했을 것이다. 그리고 로고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그곳’에 다녀왔다는 만족감만을 지닌 채 한국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문득 궁금해졌다. 블루보틀 직원들은 일본어가 가능한(아,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블루보틀을 일본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었다.)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철학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을까?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나지만, 그랬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좋은 품질의 커피를 손님들에게 내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철학과 콘셉트를 이해시킨다면 SNS에서 소비되는 ‘유행’ 같은 카페가 아닌, 지속 가능한 가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처음에 언급했던 카페 이야기로 돌아온다면, 그 카페의 많은 부분이 블루보틀의 전략과 닮아 있었다(고 느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나의 서치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이들의 이야기를 찾기 어려웠다. 언젠가 이 카페가 더욱 성공한다면 블루보틀처럼 자신들의 철학과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주겠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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