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소점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작은 가게들이 많다. 처음에는 두어 군데뿐이었는데,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예닐곱 개의 가게가 들어섰다. 물론 개중에 사라진 곳들도 있다. 이사 온 첫날 인사를 나눴던 빵집이자 꽃집인 ‘빵꽃잠’이 그렇고,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들러 커피를 사 가던 ‘코에 카페’도 경기도 광주로 이사를 갔다.
그래서 좋아하는 가게들이 그 자리에 있는지, 자꾸만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중에서도 ‘소점’은 집에 돌아올 때면 꼭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여덟 자리가 있는 아주 작은 가게인데, 대부분의 날에는 손님이 가득 차 있거나 겨우 한두 자리 비어 있을 뿐이라 혼자 안심하며 집에 들어오는 것이다. 단점이라면, 너무 인기가 많아 친구들과 가려해도 자리가 없을 때가 있다는 것.
소점은 오꼬노미야끼를 파는 가게다. 계란과 양배추, 밀가루 등을 한꺼번에 섞어 굽다가 해물이나 고기 등의 토핑을 추가하는 오사카풍과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편 뒤 양배추와 야끼소바면, 토핑을 차례로 쌓아 앞뒤로 구워내는 히로시마풍을 모두 취급(?)한다. 그 외에도 모단야끼나 야끼소바, 돈페이야끼, 큐슈 해물탕 등 다양한 일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아, 일본 요리를 몰라도 괜찮다. 가게 벽에는 사장님이 직접 그린 그림들로 가득한데, 대부분 가게의 정경을 묘사한 그림이나, 메뉴의 조리 방식을 설명해 놓은 것들이다. 원하는 메뉴의 그림을 찾은 후 어떤 재료가 들어가고, 어떤 방법으로 조리되는지 살펴본 후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된다. 가끔 사장님이 상자에 색연필로 그린 귀여운 그림을 살 수도 있는데, 그림이 꽂혀 있는 날은 몇 되지 않으니 기회를 잘 봐 두어야 한다.
한 친구는 이곳에서 오꼬노미야끼를 먹은 후, 다른 곳에서는 못 시켜 먹겠다며 귀여운 투정을 부린 적이 있다. 그만큼 소점의 음식 맛은 뛰어난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참마’를 갈아넣기 때문일 것이다. 자리가 없어 포장해가는 날이면, 참마를 넣기 때문에 식어도 맛있으니 남으면 아침에 먹어 보라는 사장님의 당부를 듣게 된다. 물론, 단 한 번도 다음날까지 소점의 음식을 남겨본 적이 없기에 진실은 알 수 없지만.
하지만 무엇보다 소점을 좋아하는 이유는 곰살맞은 사장님 덕분이 아닐까. 과도하지는 않지만 기분 좋은 친절함이, 여러 선택지 속에서도 자꾸만 소점을 찾게 만든다. 길을 가다 마주쳤을 때 건네는 인사라든가, 주문을 받을 때마다 외치는 ‘감사합니다’라든가, 혹은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취객이 들어왔을 때 예의 바르게 그들의 주문을 거절할 줄 아는 센스 같은 것.
혼자 가도, 둘이 가도 나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는 적당한 거리감과 약간의 친밀감 사이에 위치한 소점이 오래오래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