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겨우 164걸음을 걸었다. 여행자의 걸음이 겨우 164라니!
여행은 뭘까. 이틀째엔 여기가 서울이래도 좋았는데 떠나야 할 날이 하루 이틀 다가올수록 마음에 조급함이 생긴다. 못 가본 곳이 어디 있지, 돌아가서 후회하는 거 아니야, 지금이라도 배 째고 더 놀러 다녀야 하나.
여행은 돌아오는 것 그래서 늘 아쉬움이 남는 것. 자꾸만 조급한 마음에 오늘이 며칠째인지, 나는 며칠을 더 여기에 있을 수 있는지 세어 보고 아쉬워한다. 하지만 반대로 떠날 일정이 없다면-그러니까 여기에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계속 머무를 거라면- 하루하루가 이만큼 소중하지 않겠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니까. 결국 여행은 돌아오는 걸로 완성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여기, 행복 야림의 대답은 참 멋지다. 여행지에서는 있는 곳에 집중해서 행복해야 한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여기에서 행복하다면 그게 여행이란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오던가. '아름다운 소풍을 끝내고' 모든 순간순간이 소풍인 것을. 164걸음을 걸었을지라도 그날이 행복했다면, 많이 웃었다면 결코 여행이 아님을 의심하지 말기
리모트 워크 일주일째
다시 돌아가 '한 달 동안 있고 리모트 워크 할래, 아니면 10일간 휴가 내고 다녀올래'라고 물어보면 많이 고민할 것 같다. 시차가 있기 때문에 낮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과 달리 여전히 나의 일화목 낮은 컴퓨터 앞에 매여 있기 때문.
떠나올 때와 달리 욕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약속은 했지만, 새로운 곳을 좀 더 구석구석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