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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 Apr 19. 2019

크고 작은 하루 7일째, 164걸음

오늘은 겨우 164걸음을 걸었다. 여행자의 걸음이 겨우 164라니!


여행은 뭘까. 이틀째엔 여기가 서울이래도 좋았는데 떠나야 할 날이 하루 이틀 다가올수록 마음에 조급함이 생긴다. 못 가본 곳이 어디 있지, 돌아가서 후회하는 거 아니야, 지금이라도 배 째고 더 놀러 다녀야 하나.


여행은 돌아오는 것 그래서 늘 아쉬움이 남는 것. 자꾸만 조급한 마음에 오늘이 며칠째인지, 나는 며칠을 더 여기에 있을 수 있는지 세어 보고 아쉬워한다. 하지만 반대로 떠날 일정이 없다면-그러니까 여기에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계속 머무를 거라면- 하루하루가 이만큼 소중하지 않겠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니까. 결국 여행은 돌아오는 걸로 완성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여기, 행복 야림의 대답은 참 멋지다. 여행지에서는 있는 곳에 집중해서 행복해야 한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여기에서 행복하다면 그게 여행이란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오던가. '아름다운 소풍을 끝내고' 모든 순간순간이 소풍인 것을. 164걸음을 걸었을지라도 그날이 행복했다면, 많이 웃었다면 결코 여행이 아님을 의심하지 말기

아람의 수고 덕분이 가능했던 사치. 고마워 아람!

리모트 워크 일주일째 

다시 돌아가 '한 달 동안 있고 리모트 워크 할래, 아니면 10일간 휴가 내고 다녀올래'라고 물어보면 많이 고민할 것 같다. 시차가 있기 때문에 낮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과 달리 여전히 나의 일화목 낮은 컴퓨터 앞에 매여 있기 때문.


떠나올 때와 달리 욕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약속은 했지만, 새로운 곳을 좀 더 구석구석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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