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낭만적인 물질주의자

by 연유
4.png
5.png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있다. 사람은 기억을 연료로 살아간다. 과거의 기쁨과 슬픔, 환희와 절망에 기대어 살다가 어떤때는 다시 그 감정속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그러나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과거는 점점 멀어진다. 이런 인간의 갈망은 영화 속에서 뚜렷하게 그려진다. “나라면 그녀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않겠어요. 과거는 되돌릴 수 없어요.”라는 캐러웨이의 말에, 개츠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반박한다.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고요?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어요!" 이는 마치 과거를 향한 그의 불굴 의지를 상징하는 것처럼, 사랑과 이상을 추구하며 자기 삶을 걸었던 모습을 표현한다. 부정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부를 움켜쥐었고,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고자 그녀 앞에 섰다.


마음속에서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왜 아등바등 돈을 벌고 있을까?’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재산이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 매일 먹고 싶은 것과 반대되는 음식을 먹고, 하기 싫은 운동을 하며, 잠자는 시간을 줄여 공부한다. 나도 개츠비처럼. 낭만을 잡고 싶은 걸까?

1.png

그는 화려한 파티를 열고 사람들을 초대하며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단순한 바보가 아니다. 파티는 진정한 사랑을 위한 수단이었다. 세속의 물결 속에서 사랑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물질적 가치에 매몰될 수 있지만, 그는 자본의 세계를 초월하여 사랑을 향한 순수한 열망을 지켰다. 초록색 불빛은 단순한 희망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했던 데이지에 대한 이상화이자,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진정한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남자.

6.png

물질적 성공과 보이는 조건을 신경 쓰는 나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건, 지금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나도 이상을 위해 부를 축적했다. 지식을 쌓고, 대화기술을 익혔다. 외모를 가꾸고 부족한 학력을 채웠다. 하지만 나를 돋보이게 하는 노력은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나의 피땀은 사랑을 위한 수단이었다. 그가 쏟은 가치, 열정과는 반대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개츠비는 순애에 닿지 못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순수한 열망은 시대가 요구하는 사랑과 거리가 멀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나에게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3.png

니체의 철학을 통해 바라보면, 개츠비는 단순한 물질만능주의의 희생자가 아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순애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사회의 규범을 거부한 초인이다. 그것은 기존의 가치 체계를 부정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다. 개츠비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현대 사회에서 물질적 성공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기에, 나도 돈을 벌고 투자하고 자산을 늘린다. 이것이 내가 사랑을 얻고 지켜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걸까?’


주변에서는 네가 하는 모임에서 여자를 만나라고 이야기한다. 선택은 언제나 마음속에 갈등을 남긴다. 확실한 행복을 포기하며 실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길을 걷는 절박함이 내겐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나이가 너무 많아서 표현하면 안 돼. 짝사랑 정도로 만족하자.’라는 신 포도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개츠비는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까지 자신의 꿈과 사랑을 내려놓지 않았다. 생의 촛불이 꺼지는 순간에도 초록색 불빛을 바라보며 그 빛이 자신에게 닿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내가 진정으로 품어야 하는 열망일지 모른다. 사랑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서.

9.png

개츠비는 과거의 그리움 속에서 현재를 살았다. 그토록 갈망하던 청춘의 사랑에 가까워질수록 현실에서 멀어져 갔다. 수많은 사람은 모두 사라지고, 가을의 낙엽처럼 고독진 순간. 개츠비의 위대함이 드러났다. 그때 내 마음속에서 한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위대할까?’ 부모를 독립시키고, 수십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서 살아남았다. 어떤 폭풍이 휘몰아쳐도 이겨낼 체력과 지식, 기술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개츠비처럼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초록색 불빛을 바라보며 희망을 품었던 그에게, 나도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10.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