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골마을의 작은 식당, 요리사가 되었다.

[Diary of Japan] 일본 산골마을 다이어리 #2

by 지후


일본의 가장 남쪽 땅,

규슈의 어느 마을에서 요리를 하며 지내고 있다.


내가 있는 곳은 조금은 이상한 식당이다.


이곳의 오너인 류지 아저씨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모인 여행자들이 요리사가 되어 식당을 운영한다.

그날의 식재료에 따라 자유롭게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고정 메뉴는 없다. 매일 열 가지가 넘는 요리가 새롭게 탄생하고, 손님들은 어떤 음식이든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계산은 간단하다.

내고 싶은 만큼의 돈을 문 옆 나무 상자에 넣으면 끝.


누가 얼마를 넣었는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다.

돈이 많든 적든 누구든 식사를 할 수 있고, 맛있었다면 많이, 입에 안 맞았다면 적게, 오직 만족한 만큼만 지불한다. 평등하면서도 독특한 식당이다.



식당은 오후의 짧은 브레이크 타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열린다. 오전팀은 점심, 오후팀은 저녁을 담당한다. 나는 오후팀이라 대체로 늦잠을 자거나 산책을 하며 낮을 보내고, 오후 4시쯤 식당으로 출근한다.


주방에 들어서면 먼저 오전팀이 만든 음식을 확인하고오늘은 몇 개의 음식을 만들지 정한다.

손님 수에 따라 하루는 한 가지, 또 다른 날은 세 가지를 만들기도 한다.


다음은 냉장고 앞에 서서 재료를 고르는 시간이다.

고기, 채소, 양념 등 웬만한 건 늘 갖춰져 있지만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사용할 방법을 모른다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마늘, 간장, 참기름을 먼저 찾는다. 이 세 가지가 있으면 실패할 확률은 확실히 줄어든다.


매일 새로운 요리를 한다는 건 긴장되는 일이다.

멍하니 냉장고만 바라보다가 시간을 흘려보내는 날도 있었다. 밤마다 침대에 누워 내일의 메뉴를 생각해 보곤 했지만, 배도 부르고 몸도 따뜻한 상태에서 음식이 떠오를 리가 없었다.


결국 택한 방법은 한국 음식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을 따르는 것이었다.


불고기 (당면 대신 실곤약을 넣었다)


고기는 대체로 볶는다.


돼지고기에 간장을 넣으면 불고기,

고추장을 넣으면 제육볶음,

닭고기를 볶으면 닭갈비,

물을 넣고 끓이면 닭볶음탕이 된다.


애호박전과 소송채 무침


채소는 기름에 볶으면 채소볶음,

밀가루를 입히면 전,

살짝 데쳐 참기름과 소금에 무치면 나물이 된다.


엄마에게서 배운 몇 가지 레시피와 블로그의 힘으로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첫날처럼 버너의 불을 켜기도 전에 식은땀을 흘리던 일은 이제 없다.


서툰 솜씨지만 완성한 음식을 식탁에 올리면 곧 저녁 영업이 시작된다. 문 앞에 OPEN이라 적힌 나무 팻말을 걸어 두면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온다.



수십 가지 요리 중에서 접시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하는 손님을 보면서, 내 음식을 집어 들었으면 하고 바라다가도 혹시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불안해진다.


그러다 저 멀리서 “맛있다”라는 소리가 들려오고,

접시의 음식이 조금씩 줄어들면 그제야 오늘 몫을 해냈다는 안도감이 몰려온다.


맛있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들리는 지금.
나는 오늘도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천만 원이 모이면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