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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Book치는 책 리뷰] 지금 이 순간

고약한 시간 여행

by 꿈꾸는 엽형

사람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조금씩 다를텐데, 나는 다양한 기준 중에서 '흥미를 자극시키는 목차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을 적용시키지 않고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시키는 책의 장르가 있는데, 바로 소설이다. 소설과 같은 경우에는 그 어떤 것보다도 작가에 가장 큰 신뢰도를 느끼게 된다. 수 많은 작가들 중에서 기욤 뮈소는 고민의 여지 없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작가이다.

기욤뮈소의 소설이 항상 만족스러웠던 이유 중에는 긴장감과 놀라운 상상력도 있지만, 매 챕터마다 시작전에 적혀있는 유명 인사들의 문구들이 매력적이다. 읽은 지 1년 정도 지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적힌 아인슈타인의 타임머신 관련 문구는 충격적이라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을 정도이다.(궁금한 사람은 찾아보시길^^) 이 외에도 읽다보면 다양한 방면으로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책을 읽다가 문구가 나오면 잠시 읽는 것을 멈추고, 생각을 해보는 것도 기욤 뮈소의 책을 읽는 묘미로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기욤 뮈소가 보여준 시간에 대한 발상은 놀라웠다. 기존의 우리에게 시간 여행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낭만적일 수도 있고, 어디 전쟁시대에 떨어져 모험적인 여행을 상상하거나 존경했던 역사 인물을 만나보고, 아니면 미래로 가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접해보는 것과 같은 이미지가 보통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기욤 뮈소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여행을 가져오며, 사건을 발생시키고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책의 시간 여행 특성상 이야기는 뭔가 띄엄띄엄 진행되며, 읽는 중에도 전개가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끊어지지 않는다. 소설의 시점이 1인칭이 아님에도 내가 마치 주인공이 아서 코스텔로가 된 것처럼 몰입되며, 주인공과 똑같은 속도로 사건을 이해한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가 궁금해진 것을 아서 코스텔로도 궁금해하며, 답을 찾아본다. 마치 가상현실 세계에 들어가 추리게임을 하듯이, 이러한 과정과 긴장감은 결말 직전까지 빈틈없이 이어지며, 결말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 고무줄이 끊어지듯이 놓아진다.

우리가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는 등 스토리 있는 콘텐츠를 소비할 때, 위기, 절정 부분에 다다르면 1가지 혹은 2가지의 결말을 예상하고, 2가지의 결말이 예상될 때는 그 중 바라는 결말과 바라지 않는 결말이 나뉘어진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해피엔딩을 바라며, 새드엔딩으로 끝났던 셜록홈즈는 독자들의 원성으로 인해 결말을 독자들이 바라는 해피엔딩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달랐다. 예상했던 2개의 결말과는 다른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로 끝이 났으며, 다 읽고 난 직후에는 뭔가 떨떠름할 정도였다. 그러나 읽고 난 뒤 여운에 계속 생각해보면 오히려 납득이 가는 결론이었으며, 독자를 납득시키는 선에서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낸다.


'지금 이 순간'은 '기욤 뮈소'의 신뢰도를 더 높일 정도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다만 너무 재미있어 해야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했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자야할 시간이 넘었음에도 책에 계속 손이 갔다. 매우 재밌는 만화책을 읽다보면 얼른 다음 권을 읽고 싶긴 하지만, 완결은 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기욤 뮈소의 소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눈 앞에 있는 '7년 후'로 넘어가고 싶으나, 나중의 재미를 ㅜ이해 아껴두고 싶은 마음이 절로 공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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