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기 속성 과외
-정글만리-
'책은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을 간접 경험하여 배우고, 익히는 데에 가장 좋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으며, '최고의 스승은 책이다.'라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그러나, 딱히 책을 읽으면서 뭔가를 배운다거나 얻는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책을 스승이라고 생각한다거나, 간접 경험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생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소설을 읽으면서는 더더욱 없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스승 같다고 느낀 첫번째 책이 '정글만리'였다.
'정글만리'는 재밌기는 하지만, 재미만을 쫓는 소설은 아니다. 그렇기에 초반에는 몰입감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 특히나 캐릭터에 몰입하거나, 스토리상 긴박감에 많이 몰입하는 독자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소설의 시점이 3인칭으로 전개되기 때문인데, 아직 문학을 공부하면서 분석하던 습관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소설 초반의 긴장감이 떨어져서 그런지 그런 점이 눈에 잘 띄었다. 그러나 초반의 단점이었던 3인칭 시점은 중반 이후 장점이 된다. 1인칭으로 전개되지않아 오히려 다양한 인물이 중심인물이 되어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떨 때는 20대 한국인 유학생이 중심이 되었다가, 또 어떨 때는 노련함을 갖춘 종합상사의 부장님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펼친다. 이렇게 중심이 바뀌는 와중에도 흐름은 끊기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글만리'라는 스승님은 친절하고, 재미있게, 중국에 대해서 알려준다. 전반적인 문화나 사고부터 비즈니스 세계까지. 이름만 들었던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얼마나 중국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는가부터 중국사람들이 무엇에 미치고 환장하며, 그들을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까지 다양한 것들이 나온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중국의 어마어마한 인구수의 위력을 실감하며, 왜 그들을 고객으로 삼아야하는지 자연스럽게 설득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것이 더 많아지기도 한다. 이 책에는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중국에 처음가면 이상하다고 그러고, 1년이 지나면 중국을 잘 알겠다고 하며, 10년이 지나면 중국에 대해서 알 수 없다고 한다." 물론 나라마다 문화가 다른만큼 어느나라든 외국인이 완벽하게 알기 쉬운 나라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중국은 급격한 사회변화와 많은 인구 수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이제까지는 유럽이나 미국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중국을 가장 먼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국이라는 나라가 여러모로 신비로워졌다.
조정래 작가님은 이 책을 쓰시면서 약 3년동안 중국을 탐방했다고 한다. 그에 걸맞게 비즈니스, 중국 양 쪽 모두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고, 말 그대로 스승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생각보다도 많은 분량이었으나,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적었다. 3권의 스승에게 받은 중국 단기 속성 과외는 재밌고도 유용했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다 읽을 무렵에는 직접 경험을 통한 중국 심층 과외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만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