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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엽형 Jun 03. 2019

[뒷Book치는 영화 리뷰] 기생충

기생충이 아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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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아닌 사람


-영화 ‘기생충’ 리뷰-

(----선 이후로는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황금 종려상'. 물론 황금 종려상을 받은 영화를 챙겨봤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한국 영화 최초로 칸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 황금 종려상을 받았다는 기사는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 볼 수가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걱정이 되었다. '황금 종려상으로 인해 이렇게 높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높아진 기대치에 실망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쓸 데 없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영화는 황금 종려상으로 인해 높아진 기대치마저도 뚫어버릴 정도의 만족감을 주었다.


 먼저 소위 띵작이라고 불리는 영화들을 보면 영화를 전개하는 방식에서 항상 신선함을 선물해준다. (대표적으로 아가씨?) '기생충'또한 그러했다. 전반적으로 빈부격차라는 조금 진지하고 무거운 틀을 갖고 있는 데에 비해 매우 잦은 빈도로 가벼운 농담이 나온다. 그것도 무거운 주제를 해치지 않기 위한 조심스러움이 만들 수 있는 어중간한 수준의 것이 아니라 대놓고 관객들을 웃기겠다고 선언하는 듯한 '극한 직업'과 같이 매우 가볍고 재미있는 농담들이. 그러나 이런 농담들은 영화의 흐름 중 어떤 것도 방해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긴장감이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이 되는데, 코미디로 관객들을 아무리 웃게 해도 이 긴장감은 잘 깨지지 않는다. 심지어 코미디적 요소였던 것이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한편 코미디로 조금 잊혔던 무거운 주제는 다시 코미디의 소재로 인해 더 무거워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가 반전을 주로 하는 영화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영화 내내 예상을 뛰어넘는 내용들로 전개된다. 이런 충격의 연속은 산지 직송된 산 낙지만큼이나 신선했다.


----------------------------스포를 원치 않는 분은 영화를 보신 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신선한 충격은 크게 3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먼저 한 가족이 기생충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어떻게 생각하면 한국영화, 심지어 외국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봐왔던 과정이었다. 뇌섹미를 이용해서 사기를 치는 과정(예. 오션스, 도둑들, 돈, 마스터, 등) 그런데 기존의 사기는 몇백억 단위였다면, 여기는 겨우 한 가족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현실성이 느껴졌고, 거기에 배우들이 연기하는 급이 다른 돈에 대한 절박함이 더해진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영화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다음으로는 관객들의 뻔한 예상을 유도하고 그렇지 않은 전개가 되는 것이다. 특히 폭우가 내리는 부분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모두가 돌아올 부유한 가족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감독은 전혀 다른 카드를 제시한다. 해고당한 가정부 아줌마. 모두가 놀랄 것 같지만 그래도 집주인이 돌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할 때, '요건 몰랐지?' 하며 다른 카드를 꺼낸다. '지하 벙커'. 이 하나로 인해 앞으로의 내용은 상상했던 범주를 완벽히 벗어나면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넘어선 소름을 선사한다.

 이다음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우리가 흔히 알던 긴장감과 유사하다. 흔히 액션 영화에서 느껴지는 긴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놀라는 것은 이전의 긴장감과 전혀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생계를 위한 외줄 타기 같은 긴장감이었다면, 이후에는 생존을 위한 전투와 같은 긴장감이다. 거기다 이런 전환은 영화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신선함이 떨어지고, 시계를 한번 보고 싶을 즈음에 이루어지면서 우리가 영화에 더 깊이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린다.

 이 외에도 영화를 보면서 놀라는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장면, 장면 놀라는 것들을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내용과 흐름으로 크게 우리를 즐겁고, 놀라게 해 준 것들은 이 정도였던 것 같다. (이 외에도 우리를 놀라게 만든 많은 장면을 사람들과 얘기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기생충'은 크게 '빈부격차'라는 사회적 주제를 담고 있는데, 끊임없이 이에 관련된 메시지를 던진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폭우였다. 부유한 가족들은 폭우로 인해 갖은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만 정작 그들이 받은 피해는 놀러 갔다가 조금 일찍 돌아온 것과 그로 인해 토라진 아들을 달래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같은 폭우로 인해 빈곤한 가족들은 집이 침수되었고, 당분간 초등학교 강당 같은 곳에서 옷과 잠을 해결해야 했다. 이는 진짜 사회에서 빈곤한 사람들이 폭우에도 크게 힘들어진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것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전반적인 상황이 어려워졌을 때, 부자들은 '아 좀 못 벌었네'에서 그치는 것을 빈곤한 사람들은 삶이 위협받는 수준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바로 직후 부유한 가족이 전화위복이라며, 다시 즐겁게 파티를 여는 것을 보여주며, '부유한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조금만 신경 쓴다면, 뭔가 조금은 더 다 같이 즐거워질 수 있는 세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만 같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크게 빈과 부사이의 대비를 보여주지만 또 다른 대비를 하나 더 볼 수 있다. 비록 빈과 부처럼 영화를 관통하는 것에 비해 소소할지도 모르나 마치 또 다른 하나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과 같다. '무계획과 계획'. 송강호는 아들에게 '모든 계획은 반드시 실패하며,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아들은 마지막에 결국은 계획을 세우고 목적지를 정하고, 꿈을 꾼다. 그 꿈은 기생충에서 벗어나 숙주가 되는 것이다. 반면 송강호는 무계획 일변도의 자세를 바꾸지 않지만 꽤나 성공적인 생존을 한다. 단, 기생충으로서. 봉준호 감독은 꽤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 성공을 위해서는 계획을 세우고, 목적지를 정하고, 꿈을 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기생충은 절대 숙주를 죽이지 않는다. 만약 숙주가 죽는다면 다른 숙주로 이사를 간다. 영화 속 한 인물과 아주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인물은 이런 특성대로 숙주를 옮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숙주가 되고자 계획을 세운다. 아마 사람은 기생충이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까? 또 감독은 우리에게 이를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과연 이 수석의 의미는??
이 영화에서 가장 멋있는 캐릭터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멋있다
현대에 가장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도 겨우 하는 극한의 환경설정
영화에서 가장 골때리는 캐릭터. 하지만 응원하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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