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님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리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 대해서 처음 들었을 때의 생각은 딱 2가지였다. 일본 영화에 대한 편견과 기괴한 제목에 대한 호기심. 살면서 그리 많은 일본 영화를 보지는 않았으나, 유명하고, 재밌다고 해서 본 몇몇 영화들은 특유의 감성을 띄고 있었으며, 그 감성은 나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 또한 마찬가지겠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일본 특유의 감성을 절제했을뿐더러,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하여 그 특유의 감성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거기에 기괴한 제목은 영화 초반에 생각보다 금방 해결이 된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금방 사라질 수도 있겠으나, 영화의 메시지로 연결이 되어 영화의 끝까지 집중하게 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은 사랑 표현의 일종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으나, 오직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사랑 표현이었고, 그들이기에 일반적인 사랑 표현보다 더 절절하게 와 닿는다. 특히 마지막 사쿠라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대사와 함께 영화가 종료되는 지점은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돋았다.
앞서 말한 듯이 이 영화는 일본 특유의 감성은 확실히 억제했다. 반면에 최대한 살린 일본 영화의 특징도 있었다. 일본 영화 특유의 색. 얼마 전에 본 리틀 포레스트에 버금가는 시각적 즐거움을 주었으며, 애니메이션인 '너의 이름은'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은 색감이었다.
혹시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연설을 봤을지 모르겠다. 거기서 잡스는 자신이 췌장암에 걸렸을 때, 깨달은 것을 말해준다. "당장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도록 사랑하는 일을 해라." 이를 여주인공 사쿠라는 그대로 실천한다. 이것이 매우 흥미로운데, 그렇다고 그녀는 항상 특별한 일을 하지도 않는다. 종종 특별한 일을 벌이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나날도 많이 보낸다. 우리와 같이. 그러나 그녀의 삶은 대부분 사랑하는 일로 가득 차 있다. 이 지점에서 문득 생각이 든다. '만약에 내가 그녀와 같은 상황이면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낼까?' 답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여자 친구와 싸운다거나, 하루 종일 잠만 자지는 않을 것 같다.
영화의 결론은 관객의 것이 아니었으나, 결론에 대한 영향은 관객의 몫이었다. 단서가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상상도 하지 못할 결론이었으며, 그래서 여운이 무척 남았다.
진짜 오랜만에 본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첫사랑도 생각나고, 연애도 당연히 생각나지만, 그 외에 많은 것들도 생각났다. 만약 내가 1년 안에 죽을 수도 있다면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이 영화는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