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뚫는 한 줄기 햇빛

by 여래

희망이라곤 없는 사람처럼 순간을, 하루를, 수개월을 보낸 적이 있다. 그런 날이 모여 한 해가 되고 몇 년이 되었다. 잠시 정신을 차려보니 청년 시절을 통으로 날린 기분이 들었다. 다시 후회의 늪으로 빠져들었고 그때 고치지 못한 악습이 이내 중년으로 이어지려 하고 있다. 자칫 평생으로 이어질까 두려운 하루가 지나간다.


두 번째 스무 살은 좀 다를 줄 알았다. 물론 다르긴 하다. 정말이지 첫 스무 살 때처럼 안개 낀 밤길을 걷는 기분은 아니니 참으로 다행이다. 다만 과거의 어둠 속에 다시는 빠져들지 않기 위해 일상 모든 곳의 전체적 명도를 낮추길 택했다. 화창한 아침햇살 이후 언제 올지 모르는 밤을 두려워하기보다 차라리 매일같이 흐린 날의 오후 3시쯤 경 무드로 사는 것을 택했는지 모른다.


태양 빛을 가리는 흐릿하지만 묵직한 구름 덩어리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가늠도 되지않는 거대한 태양이 저보다 낮은곳에 있는 구름을 향해 쉼없이 빛을 내리쬐고 있다. 그 강렬한 빛에서 전해지는 뜨거움, 따뜻함도 밝은 빛.. 이 모든걸 거둬가 버렸으니말이다. 허나 나는 멍청이처럼 꾸물꾸물 흐린 날에도 앞이 보인다는 것 자체가 태양 덕분인 줄은 모른다.


여전히 멍텅구리인 나는 앞으로도 태양을 바라볼 일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둠컴컴한 곳에 혼자 있지 않을 수 있다면. 애써 밝은 빛을 찾지 헤매이지 않아도 괜찮다. 내 마음만 밝히면 될 일이다. 지금의 그늘빛도 따사로움이란 이름으로 변하는 건 내게 달린일이다. 내 마음에 달린일이다.


어쩌면 마음 한 켠엔 계속해서 아주 천천한 속도로 밝게 내리쬐어줄 한줄기 햇빛을 고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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