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는게 어려운 사람이라서

by 여래

내가 선택한 말과 행동에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끔은 기분에 따라 또는 나 아닌 다른 이들이 선택과 집중에 따라 자가 인정의 기준이 모호해지거나 쉬이 바뀐다.

내가 선호하던 방향은 아니지만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인 결과라면 문제없다. 적어도 마음이 요동치게 만들진 않을 것이다. 줄곧 그런 선택을 해왔다. 내 마음을 찾기보다 들쑤시지 않는 편을 선택하는 게 하루하루 덜 고통스러웠다.


가혹한 자기 사고와 생각의 검열이 언제쯤 끝이 날지, 나는 매일을 고대한다. 그런 날이 오긴 할까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쉬지 않고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오늘은 아무 걸림 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악의가 없어 깨끗하리만큼 해맑고 동그란 마음을 가진 이의 질문이 내 치부를 찔렀다. 간파당한 기분이다.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다.


'아이야, 어른도 틀릴 때가 있어. 어른도 정답을 모를 때가 있어.'가 닿지도 않을 변명을 해본다. 마음 속으로.


나의 부족함은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데 (아니, 사실 아주 창피해.) 그런 나 때문에 나를 둘러싼 가장 자리가 금이 갈까 봐 금새 고민에 빠진다.


허나 그 걱정도 지나침과 건방짐의 다른 이름이라고 배웠다. 다지 와닿지 않았었는데 내가 살자고 그 말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가령 내 마음을 충격요법으로 껏 누를만한 힘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너 하나 때문에 다른 게 망가질 만큼 네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라는 것.


상대와 상황과 유불리에 따라 이름을 바꿔가며 변종되는 죽지 않는 생명체 같은 말이다.


어린 날엔 "너 때문에 망쳤어."로 사람을 잡더니 그 두려움으로 자라난 이가 자기 잘못을 자책하고 있을 때 즈음 다가와서는 "너 없다고 안 돌아가지 않아."라는 말로 허를 찔러버린다.


곧 이어 나올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소용돌이 속에서 수 년을 헤매인다.





모르면 나서지 말고 배우면 된다. 마음이 심란할 땐 아무것도 하지 말고 국으로 가만히 있는 게 중간은 간다는 서른아홉 해의 경험과 데이터 베이스도 이런 날엔 무용지물이다. 처음 겪는 상황에의 당황이기 보다는 매번 겪는 혼란과 혼동의 흔들림에 여전히 부적응했기에 단전에서부터 기어코 뱉어내야만 하는 불순물처럼 군다. 언제쯤 나의 생각은 올곧은 말이 되고 그 말이 곧 행동이 되어줄런지.


언제일지는 몰라도 오늘도 그 날을 바라본다.


나의 이유 없는 말, 계획되지 않은 말,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말들을 더 이상 혐오하지 않길 바라며. 매 순간 말을 뱉지 않고 접시에 담아내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제일 위에 놓여지는 한가닥 장식용 고명이기보다 가장 밑에서 오래 버티다 맨 마지막 누군가의 입에 선택되어 기억될 귀한 것이길 바라며.

이전 03화구름을 뚫는 한 줄기 햇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