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기분 좋은 냄새가 단잠을 자고 있던 나를 깨웠다. 완벽하게 잠이 깨지 않아 무딘 귀에 들려오는 소리, “쿠쿠가 맛있는 밥을 완성하였습니다. 밥을 잘 저어주세요.” 나는 갓 지은 밥 냄새가 좋다. 그 냄새만 맡으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으로 여름이의 발바닥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까만 곰돌이 얼굴처럼 생긴 발바닥에서는 늘 고소하고 귀여운 냄새가 났다. 이는 비단 여름이만 나는 것이 아닌 반려견 대부분이 갖고 있는 체취다. 그래서 약속이나 한 듯 1,000만 반려인들은 이를 고소한 냄새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인 ‘꼬순내’라고 부른다. 이 단어의 시초는 모르지만 이름 한 번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꼬순내를 좋아한다면 어떤 것에 빗대어 꼬순내를 설명할지 참 궁금하다.
목욕을 하기 전이 가장 꼬순내의 클라이맥스다. 여름이의 하얗게 빛나는 털이 회색으로 변해 꼬질꼬질해지면 목욕을 해야 하지만 귀엽다는 핑계를 대고 계속 미룬다. 여름이를 껴안고 왼쪽 발, 오른쪽 발 냄새를 열심히 맡는다. 귀에서는 쿰쿰한 치즈 냄새가 났고 눈과 정수리에서는 잘 끓인 소고기 미역국 냄새가 진하게 났다. 치즈와 미역국보단 밥 냄새가 좋아서 여름이의 발바닥을 매일 숙제검사 하듯이 맡았다. 이런 나의 집착이 귀찮고 짜증 날 법한데 말티즈는 용케 잘 참아줬다. 나중엔 냄새를 맡으려고 다가가면 재빨리 앞발을 고양이 식빵 자세처럼 안으로 숨겼지만.
그런데 그렇게도 좋아하는 꼬순내가 박테리아의 냄새였다는 것을 알고 나서 조금 충격을 받았다. 개들은 땀샘이 발에만 있어 땀을 발로 흘리는데 이때 촉촉한 발의 습기는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딱 좋다고 한다. 발바닥에 사는 꼬순내 1은 프로테우스(Proteus), 꼬순내 2는 슈도모나스(Pseudomonas)다. 이럴 수가! 냄새의 원인이 박테리아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매일 꼬순내 테라피를 했던 나. 하지만 반려견의 발바닥에서 나는 ‘꼬순내’에는 분명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여름이한테 나는 밥 냄새를 맡으면 신기하게도 감정이 안정되었다.
반려견과 함께 살지 않는 사람은 개의 체취를 ‘개 비린내’로 표현하곤 한다. 그들을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꼬순내’를 애정의 냄새로 표현하고 싶다. 여름이를 향한 애정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꼬순내의 농도도 진해져만 갔다. 이름하여 ‘리미티드 에디션 여름이 꼬순내 오 드 퍼퓸(Eau de parfum)’ 하지만 지금은 슬프게도 실체가 없어 그 냄새를 맡을 수 없다. 그래서 대체재인 갓 지은 밥 냄새로 꼬순내 테라피를 한다. 오늘도 쿠쿠의 압력취사 버튼을 꾹 누른다. 약 40분 뒤면 쿠쿠가 맛있게 지어준 밥 냄새로 여름이를 추억할 수 있겠지. 꼬순내 실컷 맡고 내일도 힘내야겠다.
“쿠쿠가 맛있는 꼬순내 테라피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