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 새해는 와인과 함께 (눈만 와라, 간다!)

@강남 아여수

by 여름이

'내일 번개 한 번 할까요?'

한 해의 마지막 날, 내일 소송으로 인해 검찰청에 가봐야 하는 협회 회원분이 제안을 했다.

함께 *법개정 초안을 정리하고 있던 분이었는데 마침 휴가이기도 했고, 아직 내 분량을 못해서 만나는 김에 나도 미뤄둔 정리를 할 요량으로 바로 좋다고 답했다.


2025년 12월 31일 점심

번개에서 만날 개정안 정리 모임 멤버 셋이서 문자로 서로의 상황에 대해 질문과 경험을 나누다가 오늘 번개 장소를 **'아여수'에서 하는 건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같은 협회의 운영진이신 사장님을 뵈러 가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못 가고 있었는데 잘됐다. 바로 OK! 다량의 술은 기본값인 곳이기에 마시는 김에 집에 쟁여둔 와인 한 병(알파카) 챙겨간다고 했다.


저녁 6시.

검찰청에 다녀오신 분은 이미 도착해서 사장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후 나머지 한 분도 도착해서 본격적인 모임이 시작되었다. 술잔이 돌았다. 애초에 난 두어 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고 월말에 있는 자조모임 전에 밀린 법개정 초안 정리 작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9시, 10시를 넘어가자 역시 오늘은 그냥 술이군. 깨끗이 포기했다. 사장님은 끊이지 않고 수다거리와 푸짐한 안주를 내놓으셨다.


마트에서 싸게 팔아서 수십 병을 쟁여놓았다며 G7와인이 마르지 않는 가운데 내가 가져온 알파카도 곁들였다. 그렇게 근황토크와 잡스러운 수다를 섞어가며 회식을 즐겼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눌 때면 분노의 토로와 함께 호탕하게 웃다가도 어느 순간 울컥해서 사장님의 눈에는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난 챙기려고 벼르던 협회의 시위 피켓 이야기를 꺼냈다. "사장님, 피켓 여기 있죠?, 저 가져갈게요. 1인 시위라도 한 번 해봐야겠어요." 사장님은 농담 반(?) 진담 반(!) 눈이 올 때 1인 시위를 해서 SNS에 올리자고 했다. "자기가 시위를 하고 있어. 그럼 우리가 가서 찍어서 올릴게. 청와대 앞에 눈발이 날리는 와중에 여름이(내 닉네임) 모습이 보이고 머리에 눈이 쌓이는 모습을 좌악 훑으면서 보여주는 거야. 또 눈이 올 때는 그렇게 많이 춥지 않으니까 시위하기도 괜찮아."

그래, 이 기회에 눈 오는 날을 잡아서 한 번 해보는 거야. 5월 5일 어린이날은 무조건 다 같이 하기로 했고, 그전에 연습삼아 해보지 뭐. '내가 할 수 있을까? 마스크를 써야 하나? 낮에는 눈 때문에 선글라스를 써야 하는데, 저녁 즈음에 할까? 그나저나 과연 용기를 낼 수는 있을까?' 어느덧 시간은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또 12시를 넘기겠구나. 처음 아여수를 찾아와서 인사만 드리고 간다는 게 사장님의 권유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정이 넘도록 술을 마셨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12시가 되기 전에는 양해를 구하고, 잠깐 짬을 내서 미뤘던 기부를 했다. 연말 정산에 다시 돌려받는 정당기부금과 고향사랑기부금. 술 마시는데 뭘 그렇게 하냐고 물으시더니 기부라는 말에 "왜 아직 ***대아협 후원은 안 하는데?", "네? 제가 안 했었나요?", "내가 다 볼 수 있는데 여름이는 안 했어.", "아, 지금 당장 하겠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기부처를 하나 더 늘렸다.


그리고 12시.

그래도 제야의 종소리는 들어야지. TV를 틀었다. 뭐 하러 저런 데를 가는지 모르겠다는 사장님과 우리 셋은 종소리에 맞춰 와인잔을 부딪히며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새해에는 모두의 사정이 나아지기를 기원했다.


그래, 새해를 술과 함께 했으니 내 음주 목표도 절반은 성공이야.

시작이 좋은데? 이렇게 우리의 싸움도 힘을 내자.

평생 안 해봤던 1인 시위도 한 번 해보는 거야.

눈만 와라, 간다! 청와대!






*민법, 형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내가 맡은 부분)

**강남에 있는 남도음식 맛집이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https://youtu.be/MLT_k3pfkJY?si=lwHi06Zsx99Y7c_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