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과 북토크를 지나
필라테스를 다녀온 날이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물론 운동 후에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친구가 준 쿠폰으로 잠깐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긴 했다.
하지만 난 커피와 잠이 상관관계를 가지지 않는(다고 경험으로 터득한) 체질이다.
보통 필라테스를 다녀온 날은 늦게 자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쓰러져 잠이 들곤 했다.
긴장해서일까? 광화문에서의 1인 시위를 앞두고 있었다.
2시가 넘어가도 잠이 오지 않았다. 이제 설날 연휴도 끝나고 출근을 해야 하는데... 평소 안약을 넣다가 다음 안약 넣을 시간을 기다리며 잠깐 모로 누웠다가 잠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오늘은 정말 반듯이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런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한 시간을 그렇게 누워있어도 소용이 없었다.
점점 또렷해지는 정신. 왜? 게다가 몸도 운동을 한 날이었음에도 그다지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한 시간...
결국 포기. 그냥 이불을 들치고 일어났다. TV를 켜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을 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신지아 선수의 연기를 생방송으로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출근한 회사에서도 그다지 졸리지 않았다. 밤을 새우면 다음날은 어느 순간 견딜 수 없이 잠이 쏟아지곤 했었는데... 이러다 탈 나는 거 아닌가...
퇴근하고는 '책읽는고양이'에서 열리는 <더, 낯선 익숙함을 찾아서> 북토크에 갔다.
아... 이러다 졸 수도 있겠는데?
국어선생님으로 35년을 가르치신 김명희 작가님의 문학기행 책. 게다가 아시아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마침 내가 너무 아시아 역사에 대해, 문학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유아교육과 학생으로서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피곤함을 삼키고 참석해야 했던 북토크.
어두운 아시아의 역사가 작가님의 달변을 통해 전해 졌다. 졸면 어쩌지는 기우였다.
난 열심히 메모를 해가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끝나고 저자 사인을 받을 때는 '순수독자네요.'라는 작가님의 말에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당신의 파라다이스> 임재희 작가님도 계셨고, 내가 모를 작가, PD, 선생님들이 아마도 가득이었을 북토크.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베트남이었다. 한국에서 만들어준 추모박물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
사진으로 보여주신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한국에서의 학살>을 떠올리게 하는 벽화 속 총을 든 군대는 한국의 청룡부대였다.
집에 돌아와서 안약을 넣으며 배경음악처럼 켜둔 영화는 <에이리언 2>
그러고 보니 한 영화 평론가가 에이리언과 해병대의 전투를 베트남전쟁의 은유라고 했었지 아마...
내일은 길고 긴 내 전쟁 중 전투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