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뒤에

초록과 고양이

by kami

내가 이끄는 작은 모임이 있다. 일 년을 함께한 사람들인데, 그중 한 명이 곧 떠난다. 마지막 식사 자리였다.


모임은 좋았다. 웃었고, 잘 먹었고, 헤어지기 아쉬웠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은 어떤 자리에 있든 늘 조금씩 긴장하며 앉아 있다. 좋은 자리에서도 예외는 없다. 그러니 끝나고 혼자가 되는 순간이, 함께였던 시간만큼이나 좋다.


이상한 사람이다, 나는.


다들 한 차에 오를 때 나는 좀 걷겠다고 했다.
여기선 걷는 일이 드물다. 어디든 차로 이동하는 도시라서, 걷겠다고 마음먹는 것 자체가 이미 작은 결심이다.



그 결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5분도 안 됐을까. 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느껴지는 순간, 슬슬 후회가 밀려왔다. 괜히 혼자 이탈해서 이렇게 유난을 떠나 싶었다. 다들 에어컨 바람 맞으며 잘 가고 있을 텐데.
그때 이 식물을 만났다.


잎이 주름치마처럼 둥글게 펼쳐진 야자였다. 저 더위에 저렇게 전부 펼치고 있다니, 성실하기도 하지.
발이 멈추기도 전에 손이 카메라를 열었다. 이 애를 만나려고 땀을 흘린 건가 싶었다. 5분 전의 후회가 조금 우스워졌다.


식당을 나서던 순간에도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화분 옆에 조용히 앉아 초록을 올려다보는 얼굴로.
그때는 그냥 귀엽다고 찍었는데, 걷고 나서 다시 보니 그 고양이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오늘 너도 이렇게 될 거라고. 땀은 많이 났다. 그래도 걷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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