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나의 거울

by 황지윤

주말 아침이면 거실에서는 늘 비틀즈와 아바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빠는 오래된 팝송과 클래식 음악을 LP와 CD로 모으셨고, 주말이나 휴일이면 거실 한쪽에 놓인 LP 기계에 한 장씩 올려 음악을 들려주셨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어딘가에서 오래된 팝송이 들려오면, 그 시절의 주말 햇살의 따뜻한 공기와 조용히 흐르던 평온함이 함께 되살아난다. 음악은 내 안의 오래된 레코드판을 돌려, 잊고 있던 온기와 기억을 재생시키는 존재였다.


자연스레 나도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고 어릴 적에는 전자 피아노에서 흘러나오는 데모곡을 듣고 그대로 따라 치곤 했다. 아빠는 내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음악이다.” 그 말은 지금도 아빠의 목소리 그대로 마음에 남아 오래 재생된다. 하지만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자 곧 흥미를 잃었고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 후엔 오카리나가 멋있어 보여서 배웠는데, 아빠는 그때도 내가 끄적여 만든 자작곡과 음계를 프린트해 모아두셨다. 돌이켜보면, 음악은 처음부터 아빠의 사랑과 관심과 함께 내 삶 속에서 흐르고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아이돌 음악과 하이틴 스타의 노래가 하루를 채웠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인디 음악, R&B, 소울 등 다양한 장르가 내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외출할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창작할 때도 음악은 늘 배경처럼 흐르고 있었다. 설렘, 슬픔, 그리움, 사랑 같은 감정들이 음악과 함께 흘러가며 나의 매일을 쌓아 올렸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플레이리스트를 시기별로 나누어 만든다. 음악 목록만 봐도 그 당시의 나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은 JPOP에 깊이 빠져 지냈고, 자연스레 일본어 공부도 시작했다. 이렇게 음악은 내 삶의 모든 순간에 함께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비춰주는 작은 거울이 되어주었다. 나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걸 무엇보다 좋아한다. 그래서 아빠가 나에게 보내준 그 무한한 사랑처럼, 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악과 함께 마음을 건네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나처럼 음악을 깊이 느끼고 사랑을 멜로디로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그 조용하지만 깊은 소망을 오늘도 음악과 함께 내 안에 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