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빛을 따라가는 길
햇살이 창가에 스며들고 바람이 창을 두드리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나는 마음의 노크 소리를 듣고서 누군가 마중 나오지 않아도 옷을 챙겨 입고서 밖을 나선다. 우리 동네에는 제대로 된 산책길이나 공원은 없지만, 오래된 나의 DSLR 카메라와 새 운동화를 신고 나선다면 햇살이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곳이 곧 나만의 산책길이 된다. 먼저 골목골목 무서운 밤길을 녹여주는 어느 자원봉사자가 그린 벽화들을 내 카메라에 담아본다. 그리고 주인과 산책 나온 강아지, 온 동네가 자신의 산책길인 고양이, 병원에서 나와 햇살을 맞고 있는 어르신들까지 모두 내 눈에 담은 뒤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이름 모를 풀꽃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머물면 한 장 더 담아본다. 이렇게 나에게 있어서 산책은 평소에는 지나쳤던 사소한 일상의 단편을 포착하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하는 시간이다.
파도 소리와 노을이 마음속에 번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친구와 함께 몇 정거장 떨어져 있는 해변공원으로 향한다. 우리는 저녁 땅거미가 질 무렵, 하늘 끝에 걸린 노을과 이를 비추는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다. 오래된 추억 이야기나 최근의 고민, 사소한 웃음거리까지 나누며 발걸음은 앞을 향하지만, 시선과 마음의 방향은 서로에게 향해 있는 시간. 산책은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산책은 내가 어떤 시선을 좋아하는지 발견하게 하는, 나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시간이기도, 이 세상 속에서 나 혼자가 아닌 서로가 있기에 위로받고 다시 걸어갈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나를 세상 속으로 직접 이끄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정 속에서 가끔은 산책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소란스러운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머무는 곳에서 벗어나 햇살이 비추는 마음의 빛을 따라 나아가는 길. 이길 위에서 우리는 인생의 여정 속 각자의 시선과 이야기를 품고서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