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바다에서

by 황지윤

최근에 다시 감정의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한 것 같다.

감사함보다는 불안함이,

희망과 소망보다는 절망이라는 감정이 나에게 찾아오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세상이

돈과 현실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것에

내 내면의 아이는 다시 넘어지고 만것이다.


눈물을 흘리더라도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던 중 내가 저번달에 썼던 에세이 파일을 열어보았다.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쓴 편지 같이 느껴졌다.



감정

감정은 파도와도 같아서 그 파도가 밀려올 때면

나는 그 파도 속에 빠져 깊은 바다로 가라앉아버리는 사람이었다.

슬픔과 외로움이 몰려오면

온 우주에 나 혼자 남은 것 같은 슬픔에 눈이 부을 때까지 울기도 하고,

짜증이나 화가 나면 온 세상이 다 적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퉁퉁 부은 얼굴로 거울 속 나를 마주 보았다.

예쁘고 생기 있던 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감정이 나의 사랑스러운 생기마저 삼켜버린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카페에서 행복과 즐거움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서로 인생에서 언제가 가장 재밌었는지.

그런데 “재미”라는 감정의 경험은

성인이 돼서 기억에 새겨질 만한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냥 재미있는 얘기를 하면서 서로 낄낄대며 웃은 기억은 있지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배가 아프도록 웃었는지 그 과정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할 때 즐거웠을까?”라며 생각해 보았고

작년에 같이 갔던 일본 여행이 정말 재밌었다며

여행 때 겪었던 에피소드를 줄줄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로 여행하면서 느꼈던 행복감과 생기가 다시 마음속에 살아났다.


물감이 물 표면에 닿아 퍼져 나가는 것처럼,

고소한 커피향이 코끝으로 스며 들어오는 것처럼

즐거움과 행복이 사소한 이야기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날 기억의 페이지 속 내 감정은 “행복”으로 새겨졌다.


나는 슬픔과 괴로움이라는 파도에만 휩쓸리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바다 위에 맺히는 반짝이는 윤슬처럼

나는 내 안의 햇살로 즐거움과 행복을 비춰내는 사람이었다.

예전엔 감정의 파도를 버텨내려 발을 모래 속에 깊이 파묻었지만,

이제는 힘을 빼고 다가오는 파도를 헤엄쳐 넘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파도를 지나와 햇살 아래에서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고 싶다.

언젠가 같은 감정의 파도를 맞고 온몸이 젖은 사람을 만나면,

그 젖은 몸을 말려주고 사랑하며 인생길을 함께 걷고 싶다.



다시 나는

지금의 내 마음과 감정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는 그대로의 날 다시 바라보려 한다.


이렇게

같은 슬픔과 절망, 괴로움이라도

내일의 나는,

어제의 눈물을 기억하며

오늘의 다짐을 되새기며

감정의 바다를 조금씩 건너갈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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