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피는 꽃

모든 생명을 먹이는 우주의 질서

by 황지윤



나는 예전부터 여름과 겨울 중 하나를 고르라면
늘 여름을 선택하던 사람이었다.

푸르고 맑은 하늘과 햇살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겨울은 짧은 일조량과 길어진 밤 때문인지

유독 흐린 날이 많은 것처럼 느껴졌고

손발이 차가운 체질을 가진
나는 유독 겨울을 힘들어했다.


무엇보다도 겨울은
꽃과 잎사귀들이 모두 옷을 벗어
아름다움을 숨기는 계절처럼 보였기에.

겨울은 생명이 잠시 쉬어가는 시간,
세상이 조용해지는 계절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겨울이 되면 유독 기다려지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붉게 피어나는 동백꽃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모든 꽃이 지고 나무들이 잎을 떨군 계절에
동백은 가장 짙은 초록의 잎 사이에서
붉은 생명력을 드러낸다.


동백꽃은 향기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대신
더 많은 에너지를 품은 꿀을 만든다.

곤충이 아니라

향기를 맡지 못하는 새들을 위해서.


자연은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
다른 방식의 배려를 선택한다.

겨울이라는 척박한 계절에도
생명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정확히 에너지를 건네는 방식으로.


그걸 보며

자연은 언제나 어떤 계절이든, 어떤 환경이든

모든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의 존재 역시 그 질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한겨울에도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처럼

차가운 바람에 볼이 붉게 물들 듯,

수채화처럼 생기를 잃지 않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생기로
누군가에게 에너지가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리고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꿀처럼 달콤한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사람.


우주와 삶은 늘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다른 생명을 먹이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힘을
우리에게 선물해 왔다.


나는 우리 안에도

한겨울에도 붉게 피어날 수 있는 고귀한 생명력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나는

이 추운 겨울도 사랑하게 되었다.


흐린 하늘 그 너머에는 언제나 우리를 비추고 있는

밝은 태양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