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더 나은 존재를 위해

생명의 속삭임과 사랑의 실천

by 황지윤


후회는 나에게 몸에 좋은 쓴 약처럼 느껴진다.

한번 맛보면 두 번 다시 먹고 싶지 않지만,

아픈 몸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약.


그리고 더 나은 나 자신을 위해서도 후회라는 과정은 어쩌면 필수인지 모른다.


후회는 실수로부터 배우는 뜨거운 경고이자,
잘못된 선택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아주 작은 다짐이기도 하다.




어느 날이었다.
공중화장실 세면대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초록 딱정벌레를 발견했다.


나는 그 벌레를 차가운 물속에서 건져 올리고
휴지에 조심스레 싸서 옆 휴지통에 넣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
묵직한 후회가 뒤늦게 밀려왔다.
반짝이며 아름답던 초록빛 작은 생명을
조금 더 따뜻하게 보내주지 못한 미안함.


'휴지 속이 아니라
흙 속에 고이 눕혀줬더라면
그 마지막 순간이 덜 차갑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조용히 ‘생명’의 무게를 되새겼다.


그리고 얼마 전,

외출을 마치고 들어오자 얼굴 한쪽이 간지러워 거울을 봤다.
작은 날파리 한 마리가
내 얼굴에 붙어 실내까지 따라 들어온 것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작은 파리쯤은 무심히 손가락으로 잡아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나는
그 생명을 살려 밖으로 보내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파트 복도 창문 앞에 서서
손끝에 파리를 태운 채
밖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파리는 좀처럼 날아가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12층 바람이 파고들며
그 작은 날개가 팔랑이며 버티고 있었다.


그 순간,

그 작은 날파리가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듯한 연약한 존재로 느껴졌다.

오히려 나에게 말없이 기대어 있는,
흰 옷을 입은 아주 작은 생명처럼.


왜 하필 그날,
내 얼굴에 붙어 실내로 들어왔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 날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분명 이 파리에게는 몸을 가누기 어려운 시련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따뜻한 온기를 찾다가
잠시 내 볼에 내려앉았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내밀었던 손을 조용히 안으로 거두었다.


그러자 몇 초 뒤,

그 날파리는 마치 주저함을 떨쳐낸 듯 순식간에 날아올라 사라졌다.


초록 딱정벌레의 마지막을 온기로 감싸주지 못했던 후회는,

작은 생명의 투명한 날갯짓을 느끼게 해주었고,
그 속에서 들려오는 아주 미세한 생명의 속삭임까지
듣게 만들어 주었다.


이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닌,

작은 생명의 무게를 사랑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 크기와 종류가 어떻든,

내가 베풀 수 있는 사랑을 조금씩 행동으로 옮기며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려고 다짐했다.


작은 생명의 죽음과 삶.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내가 맛본 후회와 다짐은
앞으로도 매일
나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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