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와 성숙

갈색빛의 사랑

by 황지윤

채식을 시작한 뒤로 자주 손이 가는 재료가 있다. 바로 아보카도다.
예전엔 나에게 조금 멀게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비싸기도 했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몸이 더 좋은 것을 찾기 시작해서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던 욕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해서인지, 유독 아보카도가 눈에 들어왔다. 결국 몇 번씩 사 먹기 시작했고, 초록빛이 갈색으로 물들어야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타이밍을 맞춰보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다섯 개를 샀는데 세 개를 망쳤던 적도 있다.
너무 익어도 안 되고, 덜 익어도 안 되는 까다로운 열매.
비싼 만큼이나 먹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지만, 요즘은 어느 정도 그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잘 익은 아보카도를 반으로 가르면, 고소하고 영양 가득한 맛이 그대로 드러나 그 맛에 또 반해버리고 만다.


오늘도 며칠 전에 사둔 아보카도의 색을 살폈다.
초록에서 갈색으로 스며드는 그 미묘한 변화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문득, 자연이 말하는 ‘성숙’의 색은 사실 초록이 아니라 갈색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계절처럼.


선명한 단풍잎을 모두 내려놓으면 나무는 결국 본연의 색으로 돌아간다.
짙은 갈색의 가지.
화려함을 벗고 나서야 드러나는 진짜 모습.


아보카도도 초록빛일 때보다 갈색을 띠었을 때 더 깊고 완전한 맛을 품는다.
마치 자연이 조용히 알려주는 것만 같다.
“성숙의 색은 초록이 아니라 갈색이야.

그리고 그 갈색에서 다시 초록이 돋아나는 거야.”

우리도 그런 과정을 겪는 건 아닐까.


빛을 잃어가는 듯한 시기를 지나야 비로소 새롭게 피어나는 순간이 오는 것처럼.
성숙의 갈색을 지나 다시 생명의 초록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그리고 글을 쓰다가, 이 갈색의 이미지가 자꾸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아보카도를 살 때마다
“비싸니까 사지 마”라고 잔소리를 하시면서
결국은 또 사다 주시는 사람.


엄마는 내 삶에서 그런 성숙한 아보카도의 ‘갈색빛’ 같은 존재다.
나보다 먼저 삶을 건너가며,
그만큼 더 깊고 따뜻한 색을 지닌 사람.


유치한 마음이지만,
엄마에게 난 흰머리가 짙은 갈색의 아보카도 빛으로 물들기 바라곤 한다.


짙은 갈색의 아보카도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으로, 사랑으로 오래오래 남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