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해변을 걷다 나에게 다가오는 파도를 바라보다가,
산책을 하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고양이와 인사를 나누다가,
직접 만나지도 않은 TV경연대회 속 출연자의 짧은 사연을 듣고 그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리다가,
문득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그 눈물의 이유는 내가 불쌍해서도,
현재의 삶이 아쉬워서도,
사랑하는 대상을 그리워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나로 태어난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눈물이었다.
나는 사랑이라는 경험을 하며
우리 존재는 이유 없이 태어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무한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정확히 이 지점에 살아 숨 쉬고 있는 내 존재.
하지만 그동안 나는 이런 나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현실 앞에서 스스로를 세상의 부품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외부의 평가와 기대에 닿지 못하는 대상화된 나를 바라볼수록
서러움과 분노, 슬픔만이 쌓여갔다.
그날, 나를 위해 흘렸던 눈물 속에서
나는 이 순간에 이 세상에 나로서 살아가길 바라왔던 존재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치듯 불어오는 풀 향기와
발걸음에 밀려오는 파도,
지나온 발자국을 보여주는 백사장의 모래,
인사하듯 다가온 고양이,
그리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이 모든 감각과 이해는
결국 내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만약 나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존재가
나를 너무 사랑해서 나로 태어난 거라면.
그렇게 생각하니 나로 태어난 이 선택과 사랑이
가여우면서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존재를 위해 더 잘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라는 존재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아직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질문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답이 먼저 구해질 리는 없을 것이다.
삶은 살아가며 스스로 답을 써 내려가는 것이라 믿는다.
각자의 경험과 선택으로,
각자의 문장으로 완성해 가는 주관식처럼.
그래서 나도
내 마음과 사랑이 향하는 질문과 답을 만들며 살아가고 싶다.
공허한 우주에서 나로 태어난 이 존재를 위해,
그리고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나의 사랑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