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여정
친구와 약속 장소에 같이 만나서 가기로 한 날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더 빨리 갈 수 있는 지하철을 타자고 제안했지만, 친구는 어째서인지 버스를 타자고 했다. 왜 빠른 지하철을 두고서 버스를 타는 게 좋은지 물어보자, 그 친구는 조금 느리더라도 바깥 풍경을 보면서 가는 게 좋다고 답했다. 그 순간, 나는 ‘빠른 게 곧 좋은 것’이라고 믿어왔던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버스 타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조금 느리지만 창밖을 바라보며 계절의 변화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 많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굽이진 길과 높은 언덕 사이사이까지 갈 수 있는 버스.
많은 정거장을 서서 길목에서 기다리는 승객들을 태우고 가는 버스. 새벽시장을 열기 위해 무거운 짐을 들고 타는 할머니, 멀리 떨어진 딸을 만나러 공항으로 향하는 어머니,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출근길에 오른 아버지, 그리고 꿈을 위해 배움의 터로 향하는 학생들까지. 버스는 그렇게 각자 인생의 주인공들이 올라타는 공간이 된다. 나는 이 버스를 통해 바깥의 세상과 버스 안에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진짜 주인공들을 잠시나마 만날 수 있다.
언젠가 우리의 삶은 버스를 타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정거장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또 떠나보낸다. 이 버스의 길은 지하철처럼 빠르지도, 기차처럼 곧지도 않다. 때로는 흔들리고 차가 막혀 느리게 가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창밖의 세상을 바라보고 바람을 맞으며 나아간다. 때로는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하지만, 나는 이 인생이라는 버스에 올라탄 주인공이다. 그래서 내 앞의 길만 바라보기보다, 옆자리의 사람들에게도 시선을 두고 싶다. 때로는 자리를 내어주며, 때로는 흔들리는 사람의 어깨를 살짝 잡아 주며 그렇게 나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