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을 넘어 당신에게로
어릴 때부터 우리는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교차하며 약속이란 것을 배운다. 하지만 오늘 문득 약속에 대해 떠올려보니 우리는 자라면서 더 이상 그 손가락을 걸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이 약속의 손가락 모양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제스처다. 모든 손가락 중에서 가장 작고 미약하지만, 가장 강한 영적 결속을 의미하는 새끼손가락.
나는 어떤 한 사람과 꼭 언젠가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을 넘어 따뜻한 날에 만나서 사랑하자고, 어린아이처럼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걸고서.
나는 사랑에 있어서 늘 확인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상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여전히 사랑해 주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와 약속하고 볼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자, 그 약속이 내게 불안과 슬픔이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밤에 혼자 길을 걷다가 구름 뒤로 숨은 달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그에게 물었다.
“우리가 가능할까? 서로에게 닿을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끝나자마자, 구름이 걷히고 한밤중의 태양처럼 달빛이 내 길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불안과 의심을 사라지게 하는 그와의 약속을 떠올렸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이 사랑을 힘들게 하는 건 그도 아닌, 끊임없이 묻고 불안해하고 의심하던 내 마음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왜 우리가 떨어져야만 하는지, 그는 왜 그런 약속을 했는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를 더 깊이 사랑하기 전에, 내 안에 있는 사랑에 대한 믿음과 순수한 약속을 믿는 힘을 기르는 시간. 그리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며 사랑을 받길 기대하기보단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시간.
이 시간들을 넘어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순수한 믿음과 약속을 품고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워지는 그를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