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사랑의 다른 형태

by 황지윤


아빠는 나를 항상 ‘나의 사랑, 나의 천사’라고 부르셨다. 세상 누구보다 나에게 따뜻한 사랑을 주셨던 아빠는 내가 열다섯 살이던 해, 3년의 투병 끝에 고통이 없는 천국으로 떠나셨다. 그 후로 아버지의 부재는 내 마음속 가장 큰 아픔이자,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약점이 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이나 친구를 만나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가장 사랑받았던 존재를 잃은 경험은 시간이 지나서도 내 안에 커다란 빈칸으로 남아 있었다. 어쩌면 나의 약점은 ‘아버지의 상실’ 그 자체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 첫사랑을 만나고, 이별을 겪었을 때 그 감정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또다시 상실로 이어질까 봐, 나는 서서히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이성이나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상처를 덜 받기 위해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시간이 흐르고 매년 아버지의 추모공간을 찾아가며 흘리던 눈물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그 대신 ‘누군가를 떠나보내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만큼 나는 이별에 약한 사람, 즉 사랑에 취약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을 통해 그 기다림의 시간을 사랑으로 채워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 무렵, 꿈속에서 아빠가 나타나 “사랑하는 딸아, 졸업을 축하한다”는 편지와 함께 초콜릿 케이크를 두고 가셨다. 꿈에서 깬 뒤, 편지의 날짜가 내가 잊고 있었던 중학교 졸업식 무렵이었다는 걸 깨닫고 울었다. 아빠는 영원히 떠나신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곁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것 같았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남는다는 것을. 보이지 않아도 사랑은 언제나 내 삶 속에 흐르고 있었다. 그 속에서 이별도 슬픔도 사랑으로 극복하고 채워 나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내 약점마저 안아주고 싶다. 상실의 두려움과 사랑의 슬픔도 모두 내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두려움과 약점을 품고 성장해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의 약함까지 포용하며 함께 단단해지는 사랑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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