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11월, 나는 내가 쓴 문장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에세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흐름에 기대어 책 출간 프로젝트, 필름카메라 워크숍까지 신청했다. 미래가 조금씩 열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여행을 앞둔 밤처럼 설렜고, 내 꿈은 더 넓어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어제, 친구와 짜장면을 먹으러 가던 길에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죄송합니다.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너무 컸다. 파산.
그 순간, 짜장면의 짙은 검은색처럼 내 미래도 함께 어두워졌다.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이었지만,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같은 상황인 사람이 있을까 싶어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1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분노했고, 누군가는 위로했고, 또 어떤 사람은 끝까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메시지를 읽으며 깨달았다. 우리가 잃은 것은 단순한 보증금이 아니라, 꿈에 기대던 마음, 미래에 걸었던 신뢰, 그리고 애정이었다.
그래도 그 채팅창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같은 상처를 공유한 사람들의 다정함은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는 70만 원이 큰 돈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넘기려 했구나.’
‘나는 나를 지키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지려 했구나.’
그래서 나는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 머무는 대신, 천명 중 한 명으로 목소리를 더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마침 지난달 지역 글짓기 대회에서 받았던 우수상 상금 5만원이 입금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엄마가 말했다.
“그걸로 피자나 사.”
그래서 오늘 저녁은 피자를 먹으려 한다.
검은 짜장면 같은 절망에서,
녹아내리는 치즈처럼 슬픔이 풀리고,
붉은 소스처럼 분노도 남아 있지만,
흰 도우 위에 다시 삶이 놓여지는 느낌.
모든 감정이 뒤섞여도 결국 조화롭고 따뜻한 한 조각처럼,
나는 오늘도 나를 살아내고, 다시 꿈을 잇기로 한다.
다시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맛있게 먹고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