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오래 머무르는 사랑

by 황지윤

길을 걷다가 밥 짓는 공장의 수증기를 보았다. 하얗게 피어오르던 그것은 차가운 겨울 공기와 닿자마자 흰 꽃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곧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그 너머 하늘에 떠 있는 희고 높은 구름을 보았다. 금방 피어오르고 쉽게 사라진 공장의 수증기와 달리, 구름은 차가운 공기를 유유히 타며 오래 머물러 있었다.


같은 H₂O의 물 분자인데도, 뜨거운 수증기는 곧 흩어지고 구름은 형태를 오래 유지한다. 그 순간, 우리의 인생과 마음의 온도도 결국 이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수증기 같은 사랑을 해왔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온 마음을 쏟아 뜨겁게 피어 올리지만,
세상의 차가움 앞에서는 금방 흐트러지고 사라지는 사랑.
사라진 줄 알고, 끝난 줄 알고, 그래서 사랑을 믿지 않으려 했던 시간들.


그런데 이제야 알 것 같다.
수증기는 사라진 게 아니라 더 멀리, 더 높이 올라가 언젠가 구름이 되어 떠 있었다는 것을.

사랑은 뜨거움만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바람의 흐름을 만나야 하고, 머무를 자리를 느껴야 한다.
그곳에서 오래 머물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 순간의 열기로 피어올랐다 흩어지는 사랑이 아니라, 머무는 사랑을 하고 싶다.

추운 겨울, 뜨거운 입김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녹여줄 수 있는 사랑.
높은 하늘에서 오래 떠 있어, 조용한 그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언젠가 비가 되어, 눈이 되어 천천히 곁에 내려앉는 존재.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 속 구름처럼 오래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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