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 리뷰 | 낸시 콜리어,《나는 왜 생각을 멈출 수 없을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위대한 프랑스 철학자이자 수학자 데카르트가 남긴 말이다. 말 자체가 왠지 멋진 느낌을 주기도 하고, 너도 나도 인용하곤 하는 경구라서 마치 인간세상을 관통하는 진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류는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지금 내가 적어내리고 있는 글도 나의 생각에서부터 비롯되었으니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를 부정하기 어렵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과 생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어쩔 땐 합일된 개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머릿속에 인간은 ‘생각’을 할 줄 아는 ‘지적인’ 존재라는 도식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도식에 따르면 생각한다는 건 지적이고 생산적인 행위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생각’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는다.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마음 속 어딘가에서 쉴 새 없이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생각’이라는 말풍선 덩어리들 대부분은 스스로를 위축되게 하거나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우리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생각하며 1만 시간 이상을 보낸다. 스포츠나 기술을 숙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다들 한번 곰곰이 기억을 떠올려 보라. 언젠가 자신이 했던 실수 하나를 곱씹고 또 곱씹다 못해 1년, 2년, 10년, 20년이 지나도록 그 실수에 붙잡혀 있던 적이 있진 않은가? 혹은 오늘 내가 들은 기분 나쁜 말에 대해 생각하다가 상대방을 낱낱이 쪼개 욕하거나, 그러다가 왜인지 모르게 자기혐오로 수렴한 적은 없는가? 저자는 우리가 “과도하게, 끈질기게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생각 중독’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만하고 싶은데도 완전히 멈추기가 어려운 생각이 있는가? 생각이 당신의 주의와 기분을 조종한다고 느끼는가? 당신은 아마도 생각에 중독되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생각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생각 중독을 벗어나는 길은 다음과 같은 인지에서 시작된다. ‘생각’이 ‘나 자신’이 아니라는 것.
비록 잠깐이라도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도 당신이 여전히 의식을 가진 채로 이 자리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문득 알아차린 적이 있는가? 우리는 생각이 있든 없든 존재한다. 이 사실은 우리가 생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이렇게 생각과 나 자신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며, 생각은 그저 나를 구성하는 일부분임을 인지하고 나면 생각과 거리두기가 가능해진다.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부정적인 상상에 대해 이런 질문을 해 보자. 이러한 부정적인 사고 혹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실제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생각엔 귀를 기울이지 말자. 그저 ‘음, 이런 생각도 존재하는군.’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생각하느라 지금 현재 우리가 만지고 있는 것, 듣고 있는 것, 보고 있는 것 등을 의미 없이 날려 버린다. 때로는 생각을 멈추면 경험이 더 풍성해진다. 지금부터 10분, 어렵다면 3분이라도 어떤 가치 판단이나 생각 없이 오롯이 지금, 여기를 살아보자. 소음이 가득한 삶에서 때로는 정적도 필요한 법이다.
인문교양 <월간 유레카> 2023년 6월호에 투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