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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리 Jan 13. 2023

#8. 저는 모성애가 없는 걸까요?

초록이는 천사같이 웃어주는데,

나는 이 작고 소중한 초록이와 하루종일 있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작고 소중한 이 천사와 하루종일 함께하는 건 왜 이리 버거울까.


남편이 언제 퇴근할까 시계만 보게 되고,

울고 있는 아기를 보며 지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출산 후에도 호르몬이 폭발한다던데.. 그래서 인 걸까.


뛰쳐나가 커피 한잔이 마시고 싶은데

조용히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웃긴 예능도 깔깔대며 보다 잠들고 싶은데..

작은 천사 앞에서 감히 이런 시답잖은 일들을 하고 싶다는 게 죄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남편이 재택 하는 날 점심시간이면 집 앞 카페로 "뛰쳐" 나간다.

딱히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1시간가량 커피 한잔하며 책을 읽는 순간이 그토록 달콤하다.

내가 내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 달콤하다.


3개월 뒤면 돌이 안된 아기를 두고 회사로 복직해야 한다.

내가 없어 초록이가 너무 슬프면 어쩌지? 란 생각과 동시에 복직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지킬 앤 하이드가 따로 없다.


지킬박사는 약물실험을 한 원인이라도 있지.

난 맨 정신에 이렇게 동전의 양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니. 모성애가 없는 걸까?

뭐. 나도 내 아들이 예뻐죽겠고, 수억만금을 줘도 바꿀 수없긴 하니까. 없진 않을 거다. 당연.

모두가 다르게 생겼으니까 얼굴만큼 서로의 마음들도 다르게 생긴 법이니까.


한 동안은 나는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인가란 이상한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런 마음이 드는 건 다시 모성애가 있다는 반증인가?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감일까?)

나를 되돌아보고 살펴보고 사랑해 주다(?) 보니

내 아들이 만난 초록이 엄마라는 사람은 그저 이런 엄마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초록아.

엄마는 널 (아빠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모두가 조금씩 다르게 생긴 것처럼.

엄마는 엄마가 생긴 대로,

엄마가 널 더 사랑할 수 있는 방식으로 널 더욱 사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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