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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악어 여경 Nov 08. 2023

사람은 고통을 말하지만 그 깊이는 말하지 않는다

오늘도 무사히 버텼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글을 쓰고 책을 쓴 지 이제 7년이 넘어간다.

어떤 글은 돈을 받고 썼고, 어떤 글은 그냥 좋아서 썼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좋은 글을 써야지, 작정하고 쓴 글은 

공감받는 일로부터 멀어진다. 

반대로 나와 깊은 대화를 하며 내면 깊이 파고들어 숨겨진 진심을 들춰낼수록, 

나조차도 낯선 내 모습을 발견하고 괴로워하고 충분한 아픔을 겪을수록,

그 글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곤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자면 내 안에 다른 두려움과 맞서싸워야 했다. 

행여 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게 되지는 않을까?

실제로 예전에, 전 직장에서 내 담당 팀장님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연락을 주셨다. 

정확히 13만뷰가 넘었을 때쯤. 

유튜브 내용을 두고 뭐라고 한 것도 아니다. 

"근황 잘 보고 있다. 잘 지내보인다." 지극히 형식적인 안부 인사였다. 

다른 직원도 연락이 왔다. 

"넌 역시 나가서 잘 살 거 같았어."



그런데 그들의 예상과 달리, 나는 정확히 그날부터 쪼그라들었다. 

계속 쪼그라들었다. 

영상 하나를 올리기가 힘들고, 

조회수가 더 이상 터지지 않길 바랬다. 

내가 아는 그 누구도, 내가 올린 영상들을 보지 않길 원했다.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쪼그라들다 못해 

한껏 부풀린 내 자아를 송곳으로 찔러 쪼그라뜨렸다. 

그 누구도 나를 찌르지 않았는데 

내가 나를 찔렀다. 

왜일까.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수록

나를 드러낼수록 나는 한없이 작아졌던 걸까. 

 




**





그 당시엔 내 감정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지 못한 채 회피하기에 바빴다. 

내가 '왜' 그러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알기 싫었다. 

나는 자유롭게 글을 쓰고 싶은데.

너무 솔직하게 쓰기엔

누군가의 반응이 두렵고.

그렇다고 혼자 비공개로 계속 쓰기엔,

그럴바엔 계속 일기를 쓰면 되지 

왜 공개된 공간에 계속 쓰고 싶은 건가,

모순된 감정에 빠지기도 했다.


글쓰기는 때로는 내 마음을 후벼파는 날카로운 조각칼같다. 





_


내가 사랑하는 브런치 플랫폼을 보면 

많은 이들이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꺼내놓는다.


극복한 사례도 말해주고 

도움이 되는 꿀팁도 전해준다. 

사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세상에 많지만, 

그 고통을 겉으로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정면으로 그 깊이를 들여다보며 글을 쓰고

표현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공통점을 보니, 

자신의 고통을 깨달았을 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용기를 내서, 

그 고통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심장을 꺼내놓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았다. 

안다. 그러고 나면 본인도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하지만 거기까지 나아가는 데 너무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에겐. 



사랑하고 더 나아가 닮고 싶은 작가들은

모두 그 깊이에 대해 처절할 정도로 자세히 묘사했다. 

멈추지 않고 계속 글을 쓰다 보면 

나 역시, 내가 고통을 느끼는 그 근원지에 도착하여, 

거기서부터 해방감을 느끼는 순간이 오겠지. 



글쓰기는 자유다. 해방이다. 나는 아마 영원히, 글쓰기를 놓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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