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애증의 엑셀, 너 때문에 내가 집엘 못 가!!
유틸이 빵빵한 신입이 되고 싶었어
사무직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마이크로소프트社의 위대한 역작 MS Office!! 그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Excel(엑셀)'이 아닐까. 대학 때부터 그 파워풀함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었다. (내 너의 진가를 진작 알아채지 못해 미안하다!!! ㅠㅠ)
학교에 다닐 때는 주로 '한글'이나 'Power Point(PPT)'는 꽤 사용했지만 '엑셀'은 통계 수업에서 과제를 위해 몇 번 사용한 정도가 다였는데, 거의 모든 업무를 엑셀로 한다고? 그것도 마우스 우클릭이 아닌 단축키를 사용하거나 즐겨찾기 명령을 설정해 놓는다고? 스타크래프트도 아니고 무슨 단축키? 헛웃음이 나왔다. 마치 노트북 키보드를 피아노 키보드처럼 두드리는 선배의 표정은 '드루와, 이런 건 처음이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엑셀의 기능을 설명하고자 함은 아니지만, 해도 해도 너무 (파워풀) 한 거 아닌가?!
사실 엔터를 치면 커서가 아래로 가는 것, 표를 그리는 것, 수식을 써서 4칙연산을 하는 것, 오름차순 정렬하는 것 정도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엑셀의 기능이었으나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처럼 매일매일 새로운 기능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로데이터(Raw data)를 지지고 볶아 만들 수 있는 모든 유의미한 자료 분석은 엑셀로 거의 다 할 수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엑셀의 여러 sheet들이 서로 복잡한 수식으로 물려있어 하나의 유기적인 파일이 된다. 여기에 회계적 개념을 좀 보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까지 만들어 낸다. 브라보!
그러나 엑셀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사람이 수 작업으로 수식을 걸어 놓는 터라 오류는 언제나 존재할 수 있다. 그리하여 여기서도 검증, 저기서도 검증. 체크하는 수식을 여기저기 심어 놓는 것인데, 1년 차 회계사가 어려워하는 작업 중 하나는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두 가지 재무제표를 가지고 현금흐름표를 만드는 일이다.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놈의 현금흐름표 때문에 현재의 남편, 당시 남자 친구에게 많은 의지를 했었다. 아 내 인생의 결정적 한방이 현금흐름표 바로 너라니......
당시 나는 현금흐름표 만드는 일을 어려워했었는데, 뭔가 숫자를 잘못 넣으면 검증 칸에 오류의 표시가 떴다. 대체 너 뭐냐, 뭐 이렇게 신경 써서 넣어야 할 게 많은 거냐.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현금흐름표를 혼자 완성한 날, 기분 좋은 검증 메시지가 나타났다.
"좋아~ 가는 거야!"
이렇게 if함수로 검증식을 만들어 놨는데, 어머 이게 딱 떴어!!!
엑셀한테 허락도 받았겠다, 오늘은 장사 접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가는 거다.
(엑셀을 잘하면 퇴근하는 시간이 달라진다.)
이것 말고도 박수받을 만한 기능들은 엄청나게 많다. 특히나 '매크로'라는 기능은 아직도 사용할 줄만 알지, 만들 줄은 모른다. 제일 처음 등장하는 팝업에 '매크로 사용하기' 버튼만 눌렀을 뿐인데 그다음에 펼쳐지는 건 해리포터도 울고 갈 마법이.
현재는 엑셀 고수까지는 아니어도 생활에 활용할 정도로는 사용한다. 엑셀의 sumif함수를 사용해서 가계부도 작성하고, 예산 대비 실적 분석도 하고, 재무제표도 작성해서 남편과 가족회의도 한다.(비록 2인 가족이지만)
2016년 가계부 총괄 시트(sumif 함수 이용)엑셀과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나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짐에 따라 업무의 범위가 넓어진 건 사실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산업이 자동화, 고도화될수록 사람이 있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생긴 일자리보다 더 많이 사라지고.
(너무 옛날 사람 같지만) 생각해보면 어려서 동네에 하나쯤 있었던 주산학원, 90년대 사무실에 한분 씩 계시던 타이피스트(Typist), 거실 집 전화 옆에 'ㄱㄴㄷ' 색인이 붙어있던 전화번호 수첩, (구프로 오백 원, 신프로 천 원 하던) 동네 비디오 대여점 등. 한때는 제 몫을 다하고, 심지어 당시엔 핫하기까지 했던 지금은 사라진 많은 것 들.
알파고까지 등장한 이 마당에 '미래에 사라질 직업'에 당당히(?) 랭크된 직업들. 회계사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당연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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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의일상 + 여의섬라이프 + 현실적인로매스 + 대식녀의고해성사 + 만들어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