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망하지 않았다.
“저… 너무 창피해서요. 친구한테도 말 못했어요.
사업할 땐 다들 나한테 잘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아무도 없어요.”
상담실에 들어온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녀의 손끝은 한없이 말라 있었고,
어깨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습니다.
나는 조심히 물었습니다.
“요즘 가장 자주 드는 생각은 뭐예요?”
그녀는 오래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그 생각밖에 안 나요.”
그녀는 50대 후반의 여성입니다.
한때는 잘나가는 사업가였고,
좋은 명품 옷을 입고 백화점 VIP룸에서 상담을 받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땐 돈 걱정이 없었고, 삶은 마치 ‘승자 코스’ 같았죠.
하지만 사업이 무너지면서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거래처 하나가 부도나면서 연쇄적으로 밀린 외상,
정신을 차렸을 땐 신용불량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보증금 160에 월세 80의 집,
냉장고엔 오래된 김치 하나,
현금은 바닥이고, 남편도 없습니다.
친구들에겐 “잘 지낸다”는 말밖에 하지 못합니다.
그게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기 때문입니다.
“일이라도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식당, 백화점, 편의점, 배달 일자리까지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7일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냥…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이 나이에 이력서 쓰는 것도 수치스러운데,
이제는 어디서도 나를 원하지 않아요.”
그녀는 그렇게, ‘무가치한 사람’처럼 느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안 해봤어요.”
그녀는 잠시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왜냐면, 이대로 끝나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한 번쯤은, 나도 제대로 살았다고 말하고 싶어서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 마음이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지금, 단지 ‘운’이 꺾인 시간에 서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실패한 사람이 아닙니다.
단지 더 오래 버티고 있는 사람일 뿐이에요.
자존심도, 상처도, 당신의 일부지만
당신의 전부는 아닙니다.
삶이란 건, 다시 걷기로 한 순간부터
천천히라도 방향을 바꾸는 것이에요.
그리고, 당신은 지금 그 길 위에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 씁니다.
지금 힘든 당신,
“당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다시 걸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