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얼굴을 한 사기, 로맨스 스캠

by 정혜영

로맨스 스캠 – 사랑의 얼굴을 한 사기


상담일지 #7


“그 사람은 너무 따뜻했어요.

매일 저를 ‘허니’라고 불렀고,
제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오늘은 행복한지…
매일 물어봐주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녀는 상담실에 앉아 조용히 말했습니다.


말끝마다 ‘믿고 싶었다’는 숨결이 묻어 나왔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받고 싶습니다.
가끔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말에 마음을 내어주기도 합니다.


그녀도 그랬습니다.

그는 사진 속에서 톰 크루즈를 닮은 멋진 남자였습니다.
자신을 “해외 석유 시추 사업을 하는 사업가”라고 소개했고,
“아들이 하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투는 믿음직했고, 태도는 젠틀했으며,
“Darling”, “Honey”, “You are my queen” 같은 말들을 자연스럽게 건넸습니다.

그렇게 3개월, 매일 밤 메시지가 오갔습니다.

지치고 힘든 하루의 피로를 그가 달래주었습니다.
그녀의 하루는 그의 안부로 시작했고,
로맨틱한 대화로 끝났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제 인생엔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는 점점 현실적인 부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류 처리를 도와달라”,
“선물을 보내려면 배송비를 먼저 보내달라”,
“작업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녀는 200만 원을 나이지리아로 보냈습니다.
그 순간부터, 그는 사라졌습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저를 ‘미친 사람’ 취급했어요.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도 그가 보고 싶었어요.”

그녀는 그 말을 하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저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당신은 바보가 아니에요.
다만 외로웠을 뿐이에요.”


그녀는
이별 후의 공허함과 생활고로 지쳐 있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일어서고 싶었고,
단 한 사람이라도 “괜찮다”라고 말해주길 바랐습니다.

그녀의 감정은 진짜였습니다.
사기였던 건, 상대의 정체일 뿐이었습니다.

믿음은 진심이었고, 상처도 진심이었습니다.
가짜 사랑에 진짜 마음을 걸었기에, 그녀는 더 깊이 무너졌습니다.


“그래도… 영어는 좀 늘었어요.”

그녀는 마지막에,
쓴웃음처럼 말을 남겼습니다.

그래요.
우리는 때때로 실패의 잔해 속에서도,
살아 있다는 증거를 하나쯤 남깁니다.





상담자의 한마디


사랑은 의심으로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믿음은 검증을 통과해야 진짜가 됩니다.

당신이 어리석은 게 아닙니다.
그가 나빴을 뿐입니다.

외로웠던 당신의 마음은 죄가 없습니다.
우리는 다만, 그 외로움을 노리는 손길을
어떻게 분별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배워가는 중일뿐입니다.

괜찮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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